침대를 바꿨다.

제법 호들갑스러운 일상의 이벤트

by namoomo



#봄맞이 #일상 #주부일상 #정리벽

#청소후 #커피타임 #이벤트




며칠 전, 내린 커피를 들고 정돈된 거실을 바라보았다. 안방에 새 침대 들이는 날이었다. 침대 위 이불을 전부 거실 소파로 옮겨 놓고, 현관 입구에서 안방까지의 동선에 거치는 것이 없도록 미리 치우고 물걸레 청소기를 충전하여 물 적신 걸레를 끼워놓았다. 기존의 침대를 내리는 비용은 현금으로 따로 준비해 놓고, 구청 홈페이지에서 대형폐기물배출을 신청하고 부착용 영수증은 따로 인쇄해서 테이프도 붙여놓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유 있게 커피로 마음을 달래고 마지막으로 숙면을 기원하며… 침대 배송을 기다렸다.


어쩌면 별 거 아닌 일인데도 나는 이처럼 호들갑을 떨곤 한다. 일상의 불안도가 유독 높은 나는 사소한 일에도 긴장감과 불안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늘 준비하고 점검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오차나 미흡함이 없도록 가능한 애쓴다. 정리벽도 깔끔 떠는 것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물건이 생각한 위치에 없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다. 넘치는 것은 싫지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은 또 싫다. 까딱하면 멕시멈으로 가기 쉬운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자이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많지 않아 일의 효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능하면 모든 일을 한 번에, 실수 없이 빠르게 처리하고 싶다. 대충 하고 다시 하는 것은 내가 가장 혐오하는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금은 피곤하고 유난스러운 사람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내가 피해를 당하는 것보다도 더 싫어하고, 남에게 부탁하는 일은 못하지만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사람,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안한 사람이다. 나에게 있어 이벤트는(약속이나 모임, 행사 등의 모든 일정)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정을 나누려는 욕구는 매우 강한 편이다. 읽고 /보고 /듣고 /이야기하고 /쓰고 /노래하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게 충전한 나를 타인과의 소통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은 나의 커다란 행복이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 사람을 만난다.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자존’을 확인하고 대화의 사이사이에서 ‘관계’ 의미를 찾아 심는다.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배울 점이 있었다. 그것이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어떻게든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그들은 모두 나에게 배움을 선사했다. 물론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 관계들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혹은 단 한 가지 이유로 ‘아닌 것은 아닌’ 관계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융통성은 조금 부족한 원칙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런 ‘헤어짐’은 언제나 나를 마음이 불편하고 아프게 했지만 그것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초연해져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종종 새로운 것과 조우하는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익숙한 것들과 작별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곤 한다. 만사에 의미를 부여하던 습관이 깊이 배어있어 그런 듯한데 침대를 버리려니 또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갔다. 내가 직접 고른 까사미아 침대는 신혼가구로 장만하였다. 오래도록 질리지 않던 심플한 디자인에 어떤 베딩도 어울렸기에 무엇보다도 만족스럽던 살림살이였다. 두 번의 이사와 잦은 구조변경으로 여기저기 긁히고 상처가 났음에도 오래 애틋한 ‘내 것’이었다. 아직 쓸 만은 하지만 낡은 것은 사실이었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으랬나! 매트리스를 바꾸며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겠다 싶어 침대프레임도 그만 보내기로 했음에도 마음 한구석이 제법 아쉬웠다. 침구를 다 꺼내고 앙상하게 남은 침대를 멀찍이 서서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어 남겨두기로 했다. ’이제 정말 안녕이구나! 그동안 고마웠다.’ 마음으로 인사했다.


새 침대 프레임은 원목에, 남편의 불편함을 해소해 줄 전기 콘센트가 딸린 수납가능한 침대로 선택했다. 주문하고 3주 만에 배송된 새 침대, 오랜만에 들어온 새 가구다. 침대 배송은 젊은 남자 두 명이 왔다. 기존의 침대를 분해하고 옮겨가는 사이, 나는 부지런히 청소기로 먼지를 치우고 바닥과 벽을 닦았다. 장정 둘이 새 침대프레임을 조심스레 날랐다. 원목이라 제법 무거운 모양이었다. 안방 벽에 걸린 액자를 기준으로 가운데 정렬로 배치를 부탁드렸다. 열심히 누워보고 신중하게 선택한 하드타입의 새매트리스가 묵직한 원목의 침대프레임 위에 올려졌다. 새하얀 방수커버가 씌워지고 배송직원들의 일이 마무리되었다. 침대가 들어오는 중간에 준비해 둔 콜드브루라떼를 건넸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카드결제를 마치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또 하나의 이벤트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배송직원이 떠나고 거실에 옮겨놓은 침구를 침대 위에 펼쳐 정리했다.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한번 더 돌리고 바닥을 다시 닦고,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남편도 궁금해할지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폐기물영수증을 챙겨 1층으로 나가 분리수거장 한 편에 세워진 매트리스와 침대프레임에 붙여주었다. 영수증이 부착된 침대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오늘의 이벤트는 여기서 끝. 꽤나 순조롭고 만족스러운 프로세스, 스스로 무척 대견하고 뿌듯했다. 아이들의 하교 전에 모든 일이 끝나서 참 기뻤다.





뒤에 더 적은 내용이 있었지만 따로 오려두었습니다.

글이 길어지니 주제가 너무 확장되어서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