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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Nov 19. 2019

그해 봄에

은수와 상우의 봄 그리고  


 청초한 이영애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영화. 소년 같은 유지태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영화. < 8월의 크리스마스 > 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감독이 그 자신의 영화를 뛰어넘었던 영화.


 당시 영화인들 사이에는 이 영화와 관련된 '사적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그렇게 들려오던 영화 뒷얘기들은, 호기심 소녀였던 나에게 더없는 상상력을 심어주었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 한마디로 압축되었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앞에서도 고작, 사랑하는 여자의 차를 긁는 것이 '최선의 분노' 행위였던 소년 상우. 그러한 소년이 버거웠던, 사랑은 변한다는 것을 아는 여자 은수.

이별을 통보했던 여자. 기다림에 지쳐있던 남자


 "라면 먹고 갈래요?"  

 정작 저 말은, 자기가 먼저 꺼냈었던 그 여자의 '돌변'을 두고 당시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 '무책임했다' 아니 '솔직했다' 


 정말 한 가지였을까?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은수는 무책임하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을 뿐. 싱글인 성인 남녀끼리. 라면 먹고 가라고 할 수도 있는 거지. 호들갑 떨 일은 아닌 것이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두려움만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차지할 뿐.


 그것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만남이 있었듯. 헤어짐이 있을 뿐. 생활 속으로 들어오지 않은 사랑은 이렇듯. 아무런 흔적도 없이. 흩어지는 바람일 뿐이다.


은수와 상우가 소리를 채집하듯. 대숲 소리와 바람소리가 폐부를 지나 다시. 흩어지듯.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헤어져"


 타이틀곡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된 김윤아 노래가 가장 알려져 있지만, 당시 OST를 매일 듣던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곡들은 따로 있었다. 너무 담담해서 더 슬펐던 < 그해, 봄에 >, 잔잔한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 < Plaiser D'amour >, 은수와 상우가 소리 채집을 하던 < 소리여행 >


엊그제 내가 사는 곳엔 첫눈이 내렸다. 그새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왔다. 

그들의 소리가 흩어졌듯
나의 소리도 다시 어딘가로 흩어져 

 
그렇게 언제나 훨훨. 가볍기를 




'봄날은 간다' OST, < Plaiser D'amour > 

음원 출처 :  https://tuney.kr/xx7fAf



'봄날은 간다' OST, < 소리여행1 > 대숲에서 

음원 출처 : https://tuney.kr/xx8s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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