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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Sep 04. 2020

가을에는 잘 먹고, 노래를 듣습니다


 매일 7천명의 확진자가 속출하는 나라에서 코로나 시대를 산다는 것. 몸살끼가 오더니 목이 아프고 미열이 있자 괜히 불안하다. 그럼에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하나 하던 고민은 금새 시들해진다. 선별 진료소가 따로 없고 의사를 보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귀찮다. 아직 음식 냄새를 잘 맡는 걸 보면 코로나는 아니리니. 프로폴리스 원액으로 버텨본다.  
     
 새학년이 시작되는 9월. 일제히 개학이 시작되었고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나마 중학교부터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는 것에 위안을 받아야 할런지. 친구들과 재잘재잘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시작한 아이는 그새 나보다 한치수 큰 신발을 신는다. 봄이 오기 전에 키도 따라잡을 듯 하다. 

 학교 급식이 먹기 싫다는 아이는 일주일에 두번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었다. 이젠 꼼짝없이 학교 급식을 먹어야 할판. 여전히 급식을 대충 먹고 오는 걸 알기에 저녁을 더 신경쓴다. 되도록 빵과 밀가루가 아닌 쌀밥에 나물반찬을 주려고 한다.

 입학 첫날 저녁은 나물 가득 비빔밥, 어제 저녁은 오랜만에 돼지고기 넣은 짜장밥, 오늘 저녁은 조와 흑미를 넣은 밥에 풋강낭콩 된장무침과 감자조림. 된장으로 무친 나물을 듬뿍 덜어다 우적우적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그리고 나는 몸살끼를 잠재워줄 비장의 카드. 칼칼한 해물짬뽕. 바다 냄새와 섞인 매콤한 국물은 존재만으로 위로가 된다. 사골국 끓이듯 한솥 끓여놓으니 부러운 게 없다. 앞으로 며칠 나의 소중한 식량이 되어줄 이 빠알간 것을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다. 그렇게 땀 뻘뻘 흘리며 먹고나면 몸살끼도 가시겠지.

 한국은 장마가 끝나니 태풍이다. 연초부터 이래저래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고향을 보는 마음은 내내 애틋하다. 사랑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같이 지치고 고단한 모습. 행여나 누구라도 다치거나 피해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 마음을 보내는 것 뿐이다. 
가을의 초입, 비가비가 내릴거라는 날들. 그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 산책이네 음악 살롱.

 오늘은 가을가을한 노래들로 선곡했습니다. 그때 그시절 인디밴드 열전 2탄




이상은 < 너무 오래 >

고운 뺨 위로 저녁 햇살이

비치네 내 사랑위에

멍하니 바라만 보는 내게

그대 입술을 포개 오네

촉촉한 눈으로

무어라 말을 하지만

난 들리지 않네


델리스파이스 < 챠우챠우 >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3호선 버터플라이 < 꿈꾸는 나비 >

단 한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천만번 죽어도 새롭게 피어나는 꿈

돌고 돌아와 다시 입맞추는 사랑

눈물 닦아주며 멀리

멀리 가자는 날개짓

꽃가루 반짝이며 밝고 환하게



루시드폴 < 나의 하류를 지나 >

해의 고향은 서쪽 바다
너는 나의 하류를 지나네
어스름 가득한 밤 소리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했어
어떻게 세월을 거슬러
어떻게 산으로 돌아갈까
너는 너의 고향으로 가네



코코어 < 비 오는 밤 >

얼마나 나는 너무 아마 많이 잠을 자버렸나봐  
저 빗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또 하루가 지났고 
너는 어디에, 밥은 먹었는지 
우산도 없이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은 건 아닌지  
거리 어디에도 너의 그림자는 찾을 길 없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걸까 





산책이네 음악살롱, 인디밴드 열전 1탄


오래전 한 친구와의 추억


* 메인그림 : 이상은 4집 앨범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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