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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Sep 29. 2020

가을비 그리고 짬뽕.
추석엔 뭘 해 먹을까


 이상기온이 맞다. 겨울에나 있을법한 풍경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을씨년스런 까만 하늘. 습도 높은 차가운 공기. 온종일 비가 흩뿌려대는 날들. 기온은 영상이지만 매일 비가 오는 날엔 체감 온도가 낮다. 가죽 앵글 부츠와 모직 롱스커트 기모레깅스와 롱패딩을 꺼내 며칠째 입고 있다. 물론 머리 위엔 언제나처럼 도토리 모자가 얹어져 있다.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꾸미지 않는 내게 가장 안성맞춤인 패션이다. 여름 모자 봄가을 모자 겨울 모자로 계절마다 돌아가며 쓰고 외출한다. 헝클어진 머리를 감쪽같이 가려주는 필수템이다.


 프랑스 코로나 확진자가 1만6천 명을 넘어섰다. 대체 어디까지 갈 건지. 이달 초 코로나 비슷한 증상으로 된통 아픈 후 코로나 검사를 했었다. 근데 웬걸. 무료 선별진료소에 꼭두새벽부터 나가 3시간 기다려 받은 검사 결과를 여태 받지 못했다. 헛웃음이 나온다. 온갖 개인 정보를 꼼꼼하게 다 적어 주고 왔건만, 그들은 분명 내 메일 주소를 잘못 적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틀 후에 나온다는 결과가 여태 깜깜무소식일 수가 없다. 전화번호도 이메일도 없어 항의할 데도 없다. 마음을 비운다. 그래. 여긴 프랑스니까 


해물을 사랑하는 내게는 역시나 칼칼 짬뽕 한사발
후다닥 해먹을 수 있는 닭고기 간장 계란 볶음밥.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엄마표 새우튀김


 중학생이 된 아이의 8시 등교로 가족 모두 새벽 기상이 시작되었다. 글 쓰다 새벽에 자고 다시 6시반에 일어나는 날들. 아침에 눈이 안 떠지는 올빼미인 내겐 최악의 기상 시간이다. 몸은 천근만근. 먹는 거라도 잘 먹어야 살 수 있을 거 같아 온갖 탕과 찌개들을 만들어 먹는 중이다. 짬뽕을 시작으로 삼계탕, 칼칼 된장찌개, 소고기무국, 청국장... 프랑스 겨울 음식인 퐁듀와 하클렛도 개시했다. 맘 같아선 추어탕과 복매운탕 콩나물국밥이 너무나 먹고 싶지만. 지금 여기서 먹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본다. 추석엔 육개장을 해 먹을까.


 Anne을 마주쳤다. 그 여름 내 눈에 들어온 너무 예쁜 터키블루 에코백을 메고 있던. 어디서 샀느냐고만 물어볼 참이었다. 그러자 '나를 안다'며 자기는 이웃에 살고, 이 가방이 맘에 들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곤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불쑥 건네주었다. 자기가 만든 거라며. 연락처도 이름도 모르던 사람에게 받은 뜻밖의 선물에 묘한 기쁨이 출렁였다. 그리고 며칠 전 그녀는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찡그리며 말했다. "너무 지겨워. 왜 길에서 마스크를 써야 되는 거야"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도 쓰고 싶지 않아. 하지만 써야해. 우리와 모두를 위해서" Anne은 다시 한번 얼굴을 찡그리며 가던 길을 갔다. 


감자와 베이컨에 '호블로숑' 치즈를 얹어 구운 그라탕 '딱띠플랫'
까망베르 치즈와 통밀빵 그리고 감자 야채볶음 샐러드. 와플 위에 아이가 꾸며놓은 토끼 얼굴

 

 한국은 내일부터 추석 연휴다. 올 추석엔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들었다. 슬프지만 그것이 맞다. 이참에 서로 푹 쉬며 몸보신도 하고 잠도 늘어지게 잘 수 있기를. 추석 흉내라도 내보고자 어떤 음식을 해먹을지 가족들에게 물었다. 남편은 대구탕과 잡채가 먹고 싶다고 했고 아이는 꼬치전과 만두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 이번엔 제대로 된 꼬치전과 부침개 모둠을 해보자. 떡보인 아이와 나를 위해, 한국서 가져온 떡이 고이 모셔져 있는 냉동실도 개봉박두. 


내게 선뜻 건네주었던 Anne이 만든 가방. 연두색 작은 주머니는 아이와 남편이 내 생일 선물로 함께 만들어 선물한 가방


여기는 추석이 아니지만 내 마음만은 추석이네요. 지미펠랜쇼의 < BTS WeeK >를 즐기며 맘 속의 축제를 만끽하려 합니다. 세상 모든 곳에 계시는 독자님들 그리고 브런치 작가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기를 소망합니다!




환상적인 '다이너마이트' 라이브, BTS



BTS < 매직샵 >


I do believe your galaxy

듣고 싶어 너의 멜로디

너의 은하수의 별들은

너의 하늘을 과연 어떻게 수놓을지

필 땐 장미꽃처럼

흩날릴 땐 벚꽃처럼

질 땐 나팔꽃처럼

아름다운 그 순간처럼

- 노래 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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