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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Oct 18. 2021

금기의 꿈을 실현하는 것

내가 쓰는 이유


 내 안에 가득 차 오른 뜨거운 것들을 개워내느라 미친듯 글만 썼던 지난 2년. 그 후로 오래 글이 써지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 오늘은, 그동안 써두었던 글들을 모아 새로운 브런치북을 발간했습니다.

 이런저런 주제들로 나누어 쓴 글들이었지만, 결국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하나의 길을 향해 있던 마음이었으니까요. 오로지 나 자신이기 위하여 건너야 했던 모든 시간들과 그 시간들을 견디고 고유하게 솟아오른 시간들. 그 시간들동안 나를 이끌어주었던 글쓰기. 그 마음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글들을 정리하다가,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대목이 있어 그 중 한 글의 내용을 가져와봅니다. 저를 진정한 예술과 삶에 눈 뜨게 해주었던 하나의 세계. 영화 <박하사탕>. 그걸 어떠한 마음으로 만드셨는지에 대한 이창동 감독님의 말씀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고자 한 첫 마음이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깊이 새기는 이 순간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그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로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나 감사합니다. 곧 찾아뵐게요. 좋은 가을 되세요.



<박하사탕, 금기의 꿈을 실현한 아름다움> 中

 (생략).... 박하사탕을 극장에서만 여덟 번을 본 내게 한 친구가 말했다. "그게 정상이니?" 알고 있었다. 나는 그때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정상적일 없었다'것을. 그랬기에 심장을 후벼 파는 그 불편한 영화를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내가 만나야 할 어떤 운명과 닿아있었다는 것을.

 그 순간부터 나는 영화와 사랑에 빠졌고, 나의 외로움을 스크린에 투영하며 연애를 하듯 혼자서 영화를 보러 다녔다. 머릿속이 온통 영화다 보니 영화를 배운다며 어딘가를 찾아다니기도 했고 영화하는 친구들과 인연을 맺게도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의 '정상적이지 않은 사랑' 그 뜨거움에 대한 응답을 받았다.
 
바로, 영화 박하사탕만든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것이었다. 


영화 박하사탕 장면들. 다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린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볼이 발그레해졌던 그 밤 지금 내 앞에, 들꽃을 찍고 싶다던 영호가 앉아 있었고, 순백의 원피스를 입고 웃던 순임이가 앉아 있었고, 그들을 탄생시킨 감독님이 앉아 있었다. 내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를 던졌던 그들이, 하여 나를 잠 못 들게 한 그들이 실체로서 내 앞에 있던 그 순간.
 
나는 어쩌면 그들이 '실현해놓은 꿈' 앞에서, 나의 허망한 꿈들을 언젠가 나도, 실현해보고 싶다는 꿈을 꿨는지도 모르겠다. 이창동 감독의 아래 말처럼.

 
"영화란 꿈과 같은 것이다. 어두워야만 볼 수 있고... 현실이 아닌 것, 불가능한 것, 불가능해서 허망할지도 모르지만 내 꿈을 재현하고 싶었다"
 
"20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자체가 허망한 내 꿈이다. 삶의 퇴색한 의미랄까 꿈이랄까를 붙들고 있는 마흔 살이 스무 살의 행복한 시간으로 돌아가길 꿈꾸는 허망함, 그걸 꿈꿨다는 자체가 어떤 금기를 넘으려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보지 말라고 하는데 돌아보고 소금기둥이 되는 것처럼.


금기의
 꿈이라 해도 보여주고 싶다.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시간의 현재성을 보여주고 싶다. 그 무수한 시간의 역들을 아직 지나치지 않은 사람들은 잘 이해 못하겠지만 얘기하고 싶다. ‘박하사탕’은 시간이란 기차를 타고 가는 영화다. 이 여행에 동승한다면, 썩 즐겁고 쾌적하지만은 않겠지만 지나쳐가는 시간의 역들의 현재적 의미를 새겨볼  있길 바란다


내가 너무 좋아했던, 순백의 박하사탕 포스터


 박하사탕을 만든 이창동 감독의 이 말이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건, 내가 여전히 '금기의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통해 무언가를 세상에 얘기해주고 싶으며, 그렇게  우리를 스쳐간 시간들에 대해, 지금 우리 곁을 스치는 시간들에 대해, 함께 눈을 반짝이며 밤을 지새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박하사탕을 보며 그토록 가슴이 두근거렸고 저려왔던 이유며, 그 밤 그들의 눈빛이 내 가슴을 관통한 이유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다. 이창동 감독이 한 말 그대로.
 
"삶이란 꿈과 같은 것이다. 어두워야만 선명하게 볼 수 있고... 현실이 아닌 것, 불가능한 것, 불가능해서 허망할지도 모르지만, 내 꿈을 재현하고 싶다"
  
소금기둥이 되고 말 꿈이라도, 허망한 꿈을 꾸는 것. 그것이
 
첫사랑을 복원하는 것이고, 처음을 간직하는 것이며, 훼손되지 않은 마음을 새기는 것이라는 것을.
그것이 '영원을 새기는 것'이라는 것을.   




지난 2년간 글로 만난 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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