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산책 May 23. 2021

멍 때린, 출간의 봄을 보내며


시간이 흐른 줄 모르게, 오월이 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쉬움도 많고 곡절도 많았던 첫 책을 내고 그새 두 달의 시간이 흘렀네요. 처음엔 나의 종이책이 나왔다는 비현실적 기쁨 속에 있었고, 한동안은 책의 완성도가 많이 아쉬워 혼자 속상해하기도 했어요.

저의 글을 오래 읽어오셨던 독자분들께서 한결같이, 저의 진짜 이야기가 많이 담기지 못해 안타까워해주셨던 마음.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람이 저자인 저였으니까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더 단단하게 채워진 책을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마음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원래 첫 아이는 경험이 없어 우왕좌왕 하다 실수도 하는 거라고. 이게 다 좋은 경험인 거라고요. 그럼에도 부족한 책을 가슴으로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독자님들과 작가님들 덕분에 힘이 났고 기뻤습니다. 책이 많이 알려지지도 많이 팔리지도 못했지만, 온라인 서점 서평란은 다른 어느 책보다 풍성한 독자님들의 소중한 마음으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조수미님 4월 28일 인스타 스토리 / 4월 20일 고도원의 아침편지


출간 후 한동안은 할줄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는 마케팅 한다고 혼자 바빴는데요, 대부분 소득이 없었지만 감사하게도 존경 받는 어른 분들과 인연이 되는 귀한 경험을 하였답니다. 고도원 선생님께서 북토크 마련해주시고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메인 책으로도 소개를 해주셨었고. 조수미 선생님께서는 콘서트로 한국 오셨을 때 격리 하시며 제 책을 읽으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인스타 스토리에 제 책을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올려주셨고 트위터에도 따로 소개해주셨었답니다.

너무 감사해서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는데 그 선물이 감동이었다며 제 선물로 영상을 찍고 'Special thanks to'에 제 계정을 표시하여 모든 SNS에 올려주기도 하셨어요.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 그 자체였답니다. 그리고 제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책 내용이 너무 좋다고. 좋은 말이 너무 많아서 매일매일 읽어야 할 책이라고"요. 그것만으로도 제가 이 책을 쓴 것에 대한 크나큰 보상과 위로를 다 받은 것만 같아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존경하는 아티스트 분께서 저의 책을 좋아해주시고 지지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저의 봄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답니다.

조수미님 4월 28일 트위터 / 조수미님 5월 11일 인스타 스토리


그 마음 속에 머무르며 한동안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아무 글도 써지지 않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책 만든다고 엄마 노릇 게을리 해왔던 것을 만회하고자 아이와 집에 더 집중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책 낸 후로 제가 작가님들 글을 읽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아무 글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읽을 수가 없었다면, 이해해주실런지요. 그러니 혹시 서운하셨다면 너그러이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천천히 궤도를 찾으면, 작가님들 글 조용히 읽으러 갈게요.


그것 말고도 제게는, 출간 이후로 커다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글 쓸 때마다 '세상 쓸데없는 짓 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차가운 말을 툭툭 던지던 남편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여전히 방탄소년단의 가치는 모르겠고 관심도 없지만 아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 거지요.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제대로 된 서재는 커녕 나만의 책상조차 없지만, 글을 써오며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남편의 시선이 유해졌음은 그 자체로 커다란 선물이기도 하였습니다. 아이에게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게 그러는 거에요.


<조수미 선생님께서 내 선물 받으시고 올려주신 영상> 조수미님: Join in the celebration party!


"나도 작가 할거야" 
그러면서 자기가 쓴 소설 줄거리를 읽어주었더랬어요. 한창 빠져있는 '망가' 속 좋아하는 주인공들을 총 동원한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었어요. 그것을 듣는 그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 속을 거닐었습니다. 엄마가 글 쓰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아이의 내면에 어떤 씨앗을 심어주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저는 책을 낸 것에 대한 커다란 선물을 받았으니까요.


이 모든 것들이 이 봄, 출간과 함께 저를 찾아온 선물들이었답니다. 저, 멍 때릴만 했지요? ^^


사랑하는 나의 소년들이 어제 신곡을 발표하기도 한 이 봄. 그 신나는 에너지 따라 마음을 추스리며 다시금 내가 해야할 일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나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위대함을 저버리지 않는 시간들 속을 살아가기를. 우리 모두가 그러하기를 바라면서요. 

조수미님 인스타에서 내 책을 보고, 미국 'BTS 학회'에서 트위터에 올려준 내 책 소개


나의 운명을 바꾸고 싶어 나의 마음을 바꾸었더니. 너무나 아름다운 시간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독자님들의 시간도 그러하기를. 마음을 다하여 소망합니다. 
버터합니다. 보라합니다. 사랑합니다. 





<BTS 오디세이> 아미의 가슴으로 낳은 저의 이야기.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BTS 오디세이> 주문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