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산책 Oct 13. 2023

작가의 공백,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출간, 글쓰기, 작가, 삶


어디서부터,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도 모를만큼, 아득한 시간이 지났네요. 한 분 한 분, 많은 얼굴들이 떠오르고 또 많은 마음들이 지나갑니다. 제가 받았던 환대와 따스함, 그 모든 고마움들이요.

현실의, 개인적인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글을 쓴다는 건가, 그렇게 글을 쓰지 않고 지낸 오랜 시간이 스칩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현실의, 개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었을까. 모두들 그렇지 못하기에 또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글을 씀을 알면서도요. 제 책이 나왔을 때, 내 일처럼 기뻐해주시고, 앞장서서 책의 서평을 써주셨던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늘 간직하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그 분들께 일일이 감사의 마음 하나 제대로 전하지 못하였어요. 그것이 늘 제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답니다. 오늘도 그 분들 생각을 하면서요. 가끔 하는 인스타에서 다른 작가님들 출간 소식과 기쁜 소식들을 보며 속으로 함께 기뻐하였지만, 사실 그동안 제 마음 안에 다른 사람을 돌아볼 만큼의 여유 공간이 있지 못했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러했던 저의 마음을 전합니다.

내가 사랑한, 올리브나무 숲


2021년은 첫 출간이라는 '요란한 사건'을 겪으며 마음이 붕 뜸도 경험했고, 참 자신있었던 <프랑스는 낭만적이지 않다> 출간이 엎어지는 경험도 했던, 참으로 다이나믹한 한 해였답니다. 계약금까지 입금된 상황에서 엎어졌기에 충격이 컸어요. 무엇보다 '나의 자리'가 없었다고 여겼던 이 곳에서의 삶, 소외된 이방인으로서의 삶에, 멋지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되었음이 좌절되자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 책을 멋지게 출간함으로서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거든요. "이제 내게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이여, 안녕"

그 마음이 좌절된 후, 출간 직후부터 겪었던 엄청난 슬럼프에 이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답니다. 작가로서 당당히 독립할 수 없게 되었다는 좌절, 나 같은 한심한 인간이 무슨 글 나부랭이를 쓴다는 건지, 같은 엄청난 패배감에 휩쌓여 저 자신을 고문하는 나날들을 오래도록 겪으면서요. 그렇게 다시 더 깊은 심연 속으로 침잠하면서, 나 자신이 풀어주지 못했던 무의식 속 낡은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며 고요한 내면 작업에 몰두했어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누구도 이해할 수 없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나의 작업, 그것을 하기 위해서요. 명상 운동 산책. 내면 작업들을 하며 참 많이도 울었고 많이도 개워냈고 많이 다져졌음을 느낍니다.


올리브나무 숲 속 버려진 집들


무엇보다 알게 되었거든요. 책 출간 그것은 사실, 멋진 프랑스 남자를 만나 결혼한 사건과 다르지 않은 거였다는 것을요.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들은 모두 똑같이 나의 의존하는 마음이었다는 것을요. 타인의 인정과 이해를 구하는 것. 하지만 그것들은 내게 필요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을 믿고 의지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렇기에 더이상 어떤 극적인 드라마도 찾지 않고, 다만 하루하루 매순간 기쁨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살고 싶을 뿐이었답니다. 다시 고요히.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서요.

그렇게 이제라도 나는, 15년 전 한국을 떠나며 했어야 했던 그것을 다시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누구에게도 나를 의탁하지 않는 것.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 진정으로 다시, 나 자신을 믿는 것. 누구에게도 나의 존재 의의와 행복을 대신 결정지어달라고 구걸하지 않는 것. 그 어떤 것도 내 것이 아니었기에 두렵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지나며 이제는 다시 편안해진 나를 봅니다. 내가, 내가 원하던 그 자리에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지금 이렇게, 모두를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그것이 좋을 뿐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던 올리브나무 숲 길


구독자님들이 브런치 작가님들이, 저를 여전히 기억해주실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4천2백명의 구독자를 가진 작가라고 나와있네요. 그리고 여전히 제 오래된 글들을 읽고 제게 구독을 눌러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작가명을 바꾸었다가 다시 '나무 산책'으로 변경하기도 했어요. 제가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던 이름이기도 하고, 사실 필명이던 김송연을 이제는 쓰지 않을 거기도 해서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들,
구독자님들께 오랜만에 인사 전하여봅니다.
모두들 건강히, 잘 계시기를 바라며. 


많은 분들이 그립고, 또 보고 싶습니다.

저는 건강히 잘 있습니다.



우리 인친해요. @bts_odyssey

https://www.instagram.com/bts_odyssey



매거진의 이전글 금기의 꿈을 실현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