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 Repairs : 의류계의 재제시
난 가끔 쉽게 망치고 싶어
내가 쌓아온 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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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내가 만든 것들도
모두 누군가의 흉낸걸
작은 내 방 이 나라 이 지구에서
무엇이 그리 새로운가
― 김뜻돌의 노래, 「사라져」 中 ―
새롭고 싶다는 욕망은 자신을 타자와 분리된 하나의 주체로 여기면서부터 생길 겁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슷하면서도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인간의 특성. 이것은 축복이면서 저주입니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나를 구별하기 위해선 달라야 하며, 다르기 위해서는 새로워야 합니다.
새로워야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전례 없는 일을 해내는 것은 분명 어렵습니다. ‘평범한 배관공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존재이지만 평범한 소설가들은 경멸당해 마땅한 존재’라고 밀란 쿤데라가 쓴 문장이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직업군의 사람은 큰 스트레스에 시달릴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네들은 어떻게 똑같은 소재로 다른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걸까요?
이우환 화백은 창조가 아니라 재제시re-presentation에 불과하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창조가 아니라, 있던 것을 다시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말을 빌려보면 새로운 것은 무엇 자체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다시 제시하느냐에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일상 속에도 재제시한 것이 꽤 많습니다. 의류계에서도 이런 방향성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아틀리에 앤 리페어스atelier&repairs입니다. 이 브랜드는 리바이스 데님, 미군 재킷, 프렌치 워크 재킷 등 오래된 빈티지와 밀리터리 의류를 활용합니다. 여기에 다른 원단을 덧대거나 부자재를 바꿉니다. 또는 프랑스 자수와 일본 사시코 자수를 놓아 새롭게 만듭니다.
이들이 옷을 재제시 하는 방식은 해체적이지 않습니다. 난잡한 편집 방식과도 거리가 멉니다. 기존의 빈티지 의류가 가진 색감이나 원단감을 해치지 않고서 헌옷에 새 숨을 불어넣습니다. 이는 패스트패션을 거스르는 일이며 동시에 의문을 던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신들 때문에 발생하는 수많은 의류 쓰레기는 어떻게 할 겁니까? 정말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