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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소리 Feb 26. 2023

하루키, 라이프 스타일 롤모델

변하는 세상에서 아껴두는 것 (1)




   한때 멘토라는 말이 꽤 번져나갔죠.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얘기를 꺼낼까 해요. 먼저 이우성 시인이 이성복 시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읽어볼게요.     




Answer : 이성복

   시를 쓰려면 시 가지고 말장난하는 것보다, 좋은 시 읽는 것이 더 중요해요. 또 좋은 작가가 되기보다 좋은 독자가 되려는 게 글쓰기의 지름길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안의 스승을 찾는 거지요.     


Question : 이우성

   선생님의 스승은 누구예요?

     

Answer : 이성복

   김수영, 카프카, 플로베르, 뭐 그런 이름들을 들 수 있겠지요. 어떤 작가를 스승으로 택한다는 건 배우자를 택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해요. 스승이 없으면 헤매게 돼요. 아까도 말했지만 시 쓰는 사람은 시가 씌어지는 자리를 자꾸 돌아봐야 해요. 삼사십 년 썼다고 어느 날 좋은 시가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중학생은 바로 돼도 예순 살 먹은 문학박사는 잘 안 되는 게 이 세계예요. 바른 길을 찾아가지 않으면 백 년 천 년이 가도 헛방이에요. 평생 서울 간다면서 부산 가 놓고, 남대문이 왜 안 보이느냐고 떼를 쓰면 뭐라 하겠어요. 글쓰기에서 ‘서울 가는 것’은 자기 고통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거예요.     




『ARENA 2015년 3월 호 』








   이성복 시인은 시 쓰는 사람에게 스승을 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어요. 저는 스승과 비슷한 느낌으로 롤모델이 한 명 있어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인데요. 하루키 소설에 흥미를 느끼긴 하지만 광팬은 아니에요. 하루키가 이룬 작가로서의 작품성이나 작업량 혹은 문체를 닮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그가 글 쓰는 일을 대하는 태도, 자신의 삶을 대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어요. 라이프 스타일 롤모델이죠.







   아침 5시 전에 일어나 밤 10시 전에 잔다고 하는, 간소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루를 통틀어 가장 활동하기 좋은 시간대라는 것은,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 그것은 이른 아침의 몇 시간이다. 그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중요한 일을 끝내버린다. 그 뒤의 시간은 운동을 하거나 잡무를 처리하거나 그다지 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들을 처리해 나간다. 해가 지면 느긋하게 지내며 더 이상 일은 하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며 편히 쉬면서 되도록 빨리 잠자리에 든다. 대체로 이런 패턴으로 오늘날까지 매일의 생활을 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64~65p







   책을 쓰지 않을 때는 혼돈 그 자체라고 다른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지요(웃음). 하루키의 생활에 대한 산문과 인터뷰가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라이프 스타일을 몇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집중과 분배. 단순. 반복. 여유. 독립이 될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스타일이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지고픈 리듬이에요.


   가장 하고자 하는 일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 일은 적절히 배분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일을 겸하고. 운동으로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두고. 그렇게 살아야 저는 편안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다르게 보면 대인관계가 적어서 외롭죠. 주로 혼자 지내면 모든 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거리를 걸으면 사람이 옆을 지나고, 차가 지나고, 가로수와 상가를 지나고. 마주보며 밥 먹는 사람도 없고. 내가 어디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이도 없고. 그래요. 그런 때면 김소연 시인의 말을 떠올려요. ‘외로움이 윤기 나는 고독이 될 때까지 잘 닦아두고 싶다’. 그러면 눈길을 오래 주는 것, 오래 머무는 곳, 유심히 듣는 소리, 찬찬히 맛보는 음식, 만져보는 나뭇결 같은 게 관심을 주는 만큼 다가오지요. 그렇게 곁을 나누는 것이 하나씩 늘지요. 물론 모든 순간은 아니지만(웃음).     


   여러분은 일상에서 어떤 패턴을 추구하나요? 롤모델이 따로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인물의 직위나 업적만 바라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내가 하는 일을 고취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되묻고 싶어요. 그 사람이 이루어놓은 것은 결과물인데 거기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휘황찬란한 직위나 업적보다는  사람의 사소한 과정에서 배우고 싶어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자기가 소망하고 즐기는 것을 일상에 어떻게 투영하는지, 어느 시간대에 무엇을 하는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며 하지 않고자 하는 일은 무엇으로 두는지, 하루는 어떻게 마무리 하는지. 그런 것이요. 그래야만  사람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하루를 무엇으로 채우거나 비우고 싶은지 말예요. 그게 건강한 삶을 찾아가는 일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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