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는 일

박소란, 「심야 식당」

by 나무소리




심야 식당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박소란, 『한 사람의 닫힌 문』








저는 혼자 밥 먹는 일이 잦습니다. 성인이 되고 거처를 타지로 옮기면서부터 그래왔지요. 여럿보다는 혼자 밥 먹는 게 편합니다. 서로의 허기진 시간이나 취향을 조율하지 않아도 됩니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필요와 애써 말을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상대의 밥 먹는 속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 상황에 따라 내가 먹을 것을 먹고 싶은 때에 먹으면 그만입니다.



저라는 사람은 혼자 밥을 먹기 위해 두 가지만 있으면 충분했습니다. 혼자 먹는 게 실례되지 않는 식당을 알고 있을 것. 직접 밥을 지어 먹을 줄 아는 자그마한 부지런함을 유지할 것. 집에서 간단하게 차려 먹고. 때에 따라 음식점에 가고. 그렇게 맞은편에 사람 없이 수저를 드는 일이 반복됩니다. 편하고 또 익숙합니다.

시시콜콜하게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이어가면, 저는 집에서 보통 카레를 만들어 먹습니다. 조각낸 야채와 물 그리고 고체 카레만 있으면 되지요. 냄비에 양껏 해놓으면 서너 번 먹을 수 있습니다. 꽤 자주 먹기 때문에 혈관에 카레가 흐르는 게 아닐까 싶은 헛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렇게 카레를 줄곧 먹다가 해치우면 다른 음식을 먹는 패턴입니다. 부대찌개 밀키트를 사서 끓여 먹거나, 밖에서 짜장면이나 냉모밀 또는 햄버거를 먹습니다. 이렇게 돌이켜보니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자주 먹는 음식들이 제가 좋아라 하는 음식은 아니라는 것이요. 기호가 아니라 혼자 먹는 데에 맞추었지요.



1인 가구를 겨냥한 밀키트나 반찬 가게가 자주 보입니다. 당신은 들러본 적 있나요. 밥을 혼자서 먹는 편인가요. 집에서는 주로 무엇을 먹나요. 그 일이 괜찮나요.



세상이 이불을 덮어주듯 어스름이 깔리는 저녁. 가끔은 그 일이 이상합니다. 갓 지은 밥에서 피어오르는 김. 내가 음식을 씹는 소리만 들리는 방. 식사를 마치고, 빈 그릇을 싱크대에 옮겨놓고, 식기와 수저를 씻어놓아야 한다는 순차적인 일. 그런 것들이 어색하게 다가옵니다.

밖에서 먹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맛에는 집중하지 못한 채 한 숟갈, 두 숟갈 먹습니다. 먹는다기보다 하나의 구덩이를 파는 것 같지요. 내가 먹을 음식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먹고, 정돈하고, 떠납니다. 그 당연한 절차 사이사이에 오가는 정형화된 말들이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식사가 끝나는 순간은 마지막 한 입을 삼키거나 식당의 문을 열고 나가는 때가 아니라, 그 캄캄함이 찾아오는 때입니다.



혼자는 편하지만 혼자가 감당해야 할 몫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떤 식당에 자주 가나요. 어쩌면 당신과 나는 혼자 밥 먹을 때 자주 가는 식당에서 종종 보이는 사람일 수 있겠지요. 알고 지내지는 않지만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내보인 채 서로 내적 친밀감을 나눠가졌을 수 있지요. 그리고 누군가 먼저 거처를 옮겨야 해서 영문을 모른 채 마주칠 수 없는 그런 사이였을 수 있습니다. 혼자가 여럿이 되었다가 여럿이 혼자가 되는 그런 모습이겠지요.




다른 혼자를 생각하며 카레 끓이는 저녁

나무소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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