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볼수록 아름다운 꽃을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보고 그 결과물을 접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찍은 꽃 사진은 기대했던 것만큼 아름답지 않다. 꽃술은 노골적인 데다가 공격적이기까지 해 보인다. 꽃잎은 작은 잔주름이 가득하다. 가슴에 설렘이 가라앉는 순간, 내 입꼬리도 같이 축 처지곤 한다.
실망감을 감출 수 없어 뒤로 한걸음 또 한걸음 물러나 본다. 어... 다시 아름답다. 잔주름은 아련한 음영으로 보이고 꽃술보다는 꽃잎의 은은한 색이 번져 보일 뿐이다.
그래 이 자리 이즈음까지는 괜찮구나.
호의로 다가왔던 사람에 실망할 때도 마찬가지다. 실망에 가라앉을 즈음 한걸음 뒤로 물러나 본다. 또 한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본다. 그래 이제 다시 괜찮아 보인다. 여기 이 정도 거리면 됐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