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랑 에르 피오르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U자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길고 좁은 만, 피오르.
게이랑에르 피오르 등을 보자 처음엔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가 다시 떠올라 흔들렸다. 오랫동안 닫아놓았던 창문을 열어놓은 것처럼 가슴에 바람이 일렁이고 신선한 바람이 가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광활하기는 바다가 더 광활하고 맑고 잔잔하기는 호수가 더 잔잔하지만 분명 피오르만의 무언가가 있었다. 불과 삼십분 전만 해도 우리는 저 피오르위를 배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때와는 다른 각도와 높이에서 보는 피오르의 절경은 새롭게 다가왔다.
깎아내린 절벽을 위에서 바라보니 자칫하면 미끄러내려갈듯 위태로워 보였다. 그 아찔함이 아름다움을 증폭시키는 걸까. 하늘하늘한 하늘과 짙푸른 바다의 경계 또한 선명해져서 배위에서 보던 경치와는 다른 경치같았다. 불과 며칠전만 해도 여행은 무슨, 하며 여행짐 싸는 것도 귀찮아하던 내가 잠시 주어진 이 피오르를 감상할 시간이 아쉬워 숨도 몰아서 한 번에 쉬고 있다.
저런 절경이 피어나기 전 침식이라는 깎아내는 고통이 있었겠구나, 하니 갑자기 숙연해졌다. 차디찬 빙하가 깎아놓은 절벽, 허무하게 녹은 빙하, 그 뒤로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낸 피오르는 결국 절벽으로 둘러싸인 바닷물만이 뿜어내는 묘한 정취를 탄생하게 됐다.
빙하가 침식하며 깎여내려 간 고통이 있어서, 빙하가 녹아내리는 허무함이 있어서,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는 자연의 회복탄력성이 있어서 이런 절경이 탄생한 거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