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변수
노르웨이는 이동시간이 길고 배-기차-버스로 이동수단을 바꿔야 해서 교통편을 예약하기가 어려웠다(사실은 남편이 여행경로와 예약을 맡아서 해서 남편이 어려웠다고 한다라고 써야 하는데 '이하'는 다고 한다 생략하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여행책에서 권하는 방식이 있어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 피오르 중심으로 교통 이동수단을 한 번에 연결해 놓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페리에서 내리면 근처 버스 정류장이나 기차역에 다음 이동지로 가는 버스나 기차가 연결되도록 미리 예약해 놨다.
베르덴에서 올레순으로 가는 배를 타고 내려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교통비도 다 지불했기 때문에 버스를 놓치면 안 되어서 서둘러 이동해 버스정류장에 5분 전 도착했다.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씨에 익숙해졌는지 이제 조금 내리는 빗방울에는 무심하게 우비의 모자를 추켜올려 머리를 덮을 뿐, 우산을 켜지도 않고 서 있었다.
5분, 10분, 15분을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싶었지만 그냥 기다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같은 프로그램으로 예약한 스무 명 남짓의 관광객들이 정류장에 같이 모여있다는 점이었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위안이 주는 안도감이랄까. 그 인원들에는 스페인 남성6명, 미국 아주머니와 아들, 일본 부부, 터어키 가족 등이 있었다.
그때 그 무리 중 한 사람, 다소 여전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미국 아주머니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에 전화를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다소 격양된 마음을 누르려는 듯 꾹 눌러 말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통화를 마친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그 버스는 사정상 오지 못하고 다른 버스를 준비해 여기에 도착할 거라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그즈음 또 다른 스페인 남성 한 사람도 전화를 걸어서 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도 큰 목소리로 애써 침착하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 아주머니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통화를 마친 뒤, 우리에게 통화내용을 다시 한번 설명해 줬다. 한 30분 뒤 대체된 버스가 도착할 거라고, 대신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버스를 운행해서 도착시간은 맞춰줄 수 있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자 피곤해졌다. 남은 30분 동안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몇 번이나 했을까. 서서도 졸 수 있다니... 지루한 시간 동안 사진이나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봤지만 찍을 만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때마침 비로 만들어진 물웅덩이에 비친 건물이 우리가 있는 지점을 표시해 주는 듯해서 담아봤다.
버스가 도착했다. 이번 버스도 안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버스에 올라타면서 날려보냈다. 버스에 타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일정은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정대로 여행이 진행된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여행의 변수는 잘 마무리되었다. 같은 이동경로로 온 두 외국인 덕분에 무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그 사실과 더불어 나 또한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