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사물을 비춘다. 비춤으로써 사물이 그 본연의 모습을 잘 드러나게 해 준다. 그러나 정작 빛은 사물에 스며들어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밝게 드러난 사물 위에 빛이 한 겹 싸여있을 뿐이다. 그 모습이 엄마라는 역할과 겹쳐진다.
아이들 어릴 때, 엄마는 자신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지우고 자신을 덮어 아이한테 스며든다. 그 덕분에 아이는 밝게 제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런 엄마에게도 이름이 있다. 엄마만의 모습이 있다. 그 엄마 안의 '나'가 제대로 살아나는 순간은 물을 만났을 때이다.
바다 위, 호수 위, 강 위에서 빛나는 빛을 보라. 얼마나 신나 보이는지 모른다. 저렇게 빛나는 모습인 것을 그동안 다른 사물 위에 투명하게 덮여 사라져 있었다니.
강물 위에서만큼은 마치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목청을 높이는 듯하다. 사물에 스며들어 본연의 모습을 감추었던 빛이 강물과 만났을 때 비로소 가장 자신답게 돌아온다. 그 모습이 시리도록 눈부시다.
빛에 있어서 강물은 최고의 만남, 최고의 궁합이다.
나를 가장 나답게 하는.
쉰, 이제는 다시 나로 돌아가 나를 나답게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