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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Feb 26. 2023

chatGPT. 브런치를 쉬는 세련된 변명거리

#1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요즘 chatGPT가 핫하다.


아직 모르는 분을 위해 위키 설명을 첨부한다.


https://namu.wiki/w/ChatGPT


요약하면 글쓰기에 특화된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① 이걸로 시답잖은 대화를 할 수도 있고

  (더 다채로워진 '심심이' 같다)

② 모르는 걸 질문할 수도 있으며

③ 어떤 내용으로 글을 써달라고 할 수도 있다.


브런치 작가가 주목할 점은 이 ③번 기능이다.


나는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세상일들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변화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chatGPT처럼 잘 쓸 순 없으나 두서없이 적어본다.


#2

내가 생각하는 AI의 가장 큰 충격은 '인간의 창의성이 생각보다 고평가받고 있었지만, 사실 단순한 지적 노동(=기억과 학습)이었고 다만 업무량만 방대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게 된 거라고 본다.


이를 마치 1859년 누군가의 책이 '인간은 사실 그저 동물의 한 진화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준 것과 비슷한 급의 충격이라고 한다면 유난 떠는 걸까.


아무튼 기억과 학습의 단순 반복 업무가 굉장히 버거웠던 건데 (기계도 그렇고 특히 사람에게도 더더욱!) 그게 '기계의 성능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도?'라는 시작점이 보였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기계의 성능은 앞으로 '기계적으로' 더 늘릴 수 있으니까!


#3

AI가 등장했을 때 가장 먼저 망할(?) 직업은 단순 노동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림, 음악, 작문 영역의 직업이 붕괴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의료계에선 IBM 왓슨이나 알파고 나올 무렵부터 의사가 먼저 망할 것 같아서 관련 논의가 매우 많았다. 그땐 단순히 AI의 기술적인 파장만 봤는데, 사회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즉 어떤 기술이 기존 것을 대체하려면 가성비를 훨씬 뛰어넘어야 하는 벽이 있는 것이다. AI(+로봇)가 수많은 노동직을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직 사람이 일하는 게 더 싸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의사 협회가 뭐 어쩌고저쩌고해서가 아니라 (의협은 그다지 힘이 없다) AI가 의사를 대체하려면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 부분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AI의 실수는 생명이라는 가치의 손실로 이어지는데, 이를 의사 대신 AI 회사(?)가 감당하기엔 아직까진 영 수지타산이 안 맞는 장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의사도 꼭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는 선생님도 적지 않은데, AI 회사는 어디까지 감내해줄지 궁금하다.


어쩌면 미래엔 진료 볼 때 마치 대기업 제품 약관처럼 깨알 같은 글씨로 'AI 진료는 환자의 자발적인 의지로 선택한 것이며, 이에 따라 AI 기술의 한계로 발생하는 각종 불미스러운 일엔 책임지지 않습니다' 부류의 문장들이 빼곡하게 적힌 종이를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땐 이미 의사는 사라지고 없겠지만.


#4

한편 예술 분야는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이다. 그림, 음악, 작문 영역에서 AI 기술이 예상을 뛰어넘는 발전을 보여서 이 분야는 정말 위험해졌다. 물론 이쪽도 내가 전문가라고 할 순 없지만...


첫째, 일단 글의 질이 예상보다 좋다. 그거 아는가? 이미 chatGPT '작가'가 책도 냈다는 걸.



꼭 책을 내야 작가다운 작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에겐 퍽 의욕이 꺾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삽화도 AI가 그렸다. chatGPT가 나오기 전에 이미 NovelAI 같은 그림 AI가 한차례 유행했다. 아직 손가락 표현이라든지 좀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인 그림의 표현이 어지간한 그림 작가 못지않은 실력이다. 나 자신도 포함해서 말하는 건데, 이 정도면 출판사는 어중이떠중이 작가는 이젠 정말 쓸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AI가 사람을 뛰어넘는 '가성비'가 슬프게도 이 분야에서 먼저 찾아올 것 같다. 또는, 사람 작가로 인정받고 활동할 수 있는 기준이 높아질 듯하다. '적어도 AI보단 잘해야지'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준은 상승할 것이다. 사실 이건 의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진입장벽이 낮은(?) 작가의 특성상 더 취약한 것 같다.


둘째, 현재 AI는 학습이라는 형태로 저작권 침해를 교묘하게 세탁하고 있다.


그림 AI에서 먼저 난리가 났었는데, AI는 학습된 그림들을 바탕으로 비슷하게 그림을 그려준다. 따라서 AI에 학습시킨 그림의 저작권을 침해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chatGPT도 결국 인터넷상의 누군가가 남긴 글을 참고하는 것인데, 그게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냐가 문제가 되겠다. 사실 '참고'는 사람도 하는 거고 상식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니까.


최근 이런 사건이 하나 있었다.


https://namu.wiki/w/%EB%85%B8%EC%95%84AI%20%ED%91%9C%EC%A0%88%20%EC%82%AC%EA%B1%B4


'우주고양이 김춘삼'이라는 유튜버가 '리뷰엉이'라는 과학 유튜버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복사하여 수익을 내 문제가 된 사건이다. 표절 수법이 교활한 점은 복사가 그냥 퍼오기가 아니라 '노아AI'를 통해 한번 세탁을 거쳤다는 것에 있다. 표절 유튜버가 이런 식으로 타인의 콘텐츠를 훔쳐서 자기 것처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시간이었다.


일련의 흐름을 보고 든 생각인데, 이젠 정말 내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브런치 등에 올리면 안 된다. 대부분 김칫국 마시는 생각이긴 하지만. 유튜브 표절도 저렇게 쉬워졌는데 글 따윈 K-chatGPT 같은 거 생기면 금방이다. 그런데 참! 카카오가 뭐 만든다고 했더라?



때문에 무명작가는 더욱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유명해지려면 일단 글을 노출해야 하는데, 그러면 나도 모르게 AI에 이용당할 수 있다. 나는 원글을 쓴다고 몇 시간을 투자하는데,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는 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5

한편 chatGPT에서 희망적인 면도 보았는데, 그건 AI가 생각보다 멍청하고 그런데도 당당하게 헛소리를 한다는 거다.



이를 현재 AI의 한계점으로 보는 것 같은데, 난 사실 속에 교묘하게 섞인 거짓이 꽤 구체적이고 흥미로워서 '이걸로 단편 한 편 나와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누군가의 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에겐 또 다른 영감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다.


#6

정리하자면 chatGPT를 보니

① 나보다 재미있고

② 내 글이 재료로 먹힐 것 같고

③ 그걸 알면 서운함이 배가 될 것 같아

선뜻 글을 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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