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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Jan 25. 2023

난 브런치에 무엇을 쓰면 좋을까

#1

일단 기존 브런치 분석 글들을 다듬어서 브런치북으로 엮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브런치 공모전에 당선이 되든 안 되든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니까. 거기에 '뭐 운이 좋으면 브런치가 홍보용으로 써줄 수 있지 않겠어?'라는 김칫국도 좀 마셔본다. 그렇게라도 해서 좀 의욕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써 놓은 걸 좀 다듬는 걸로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영 흥이 나지 않는다.


제10회 브런치북 공모전 수상작을 읽고 올해는 뭘 써야 할지 정리해 보는 글도 쓰려고 했는데, '사실 누군가 이미 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그래도 내가 고민했던 걸 조금 남겨 본다.


#2

결혼, 육아, 기타 등등. 이걸 '일상 에세이'라고 묶기에는 다소 편향적인 특정 브런치 인기 주제들. 이런 걸로 내가 아무리 글을 써봤자 아무런 승산이 없다. 그런 종류의 에세이는 나보다 더 필력이 좋은 사람들이 브런치에 차고 넘친다. 따라서 '일상에서 '어떻게' 세련되고 멋진 글을 뽑아낼 수 있는가?'를 백날 고민하는 것보단 '무엇을 쓰는 게 좋을까?'를 고민하는 게 나에겐 더 현실적인 전략일 것 같다.


그래서 내게 본보기가 될 만한 브런치북은 수현 작가님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이라고 생각한다.


당선작들이 일상(?) 에세이가 많지만, 읽어보면 절대 그냥 일기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다. 하긴 공모전에 응모하는 작가가 자신은 쉽게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 솔직히 난 일상 에세이로 다른 응모작들과 특출나게 다른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이 별로 없다. 아쉽지만 그 분야는 마음을 비우고 브런치의 환상에서 탈출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을 보며 애매한 에세이보단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 분야를 쉽게 풀어내는 브런치북이 훨씬 경쟁력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난 이런 종류의 책에 회의적이었다. 왜냐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굳이 그걸 알아서 뭐 하지? 사용할 수도 없고 선무당이 사람 잡기만 할 텐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전문 지식을 가장 잘 알려주는 건 기존 전공 서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겐 알아도 쓸데없고 전문가에겐 빈약한 내용의 글이라는 생각? 그런데 애매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 그 자체도 어쩌면 즐거운 유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내가 떠오른 건 또 다른 신생 웹툰 플랫폼이었다.




이만배라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웹툰 플랫폼인데, 학습만화만 중점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워낙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웹툰계지만, 학습만화는 그래도 시장성이 꽤 있다고 한다. 문제는 좋은 학습만화 자체가 별로 없다는 건데, 그건 전문 지식이 있으면서 만화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필력이 뛰어나면 길이 남을 우주 명작을 만들면 그만이다. 현실이 그럴 수 없으니 전문 지식이 있는 분은 자신이 가진 걸로 승부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중간한 에세이보단 내가 알고 있는 걸 쉽게 풀어쓰는 글을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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