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어서 난리라고 한다.
일단 냉정하게 수요와 공급으로 따져보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출산율이 곤두박질치고 소아 환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기존 소아청소년과 의사도 백수가 되어 떠도는 게 현실이다.
내가 아직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몇 년 전이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코로나 선별진료소 근무 의사가 필요했는데, 처음엔 내과 교수님께서 담당하시다가 업무가 너무 많아 나중엔 모든 과 교수님께서 돌아가며 근무하셨다. 물론 '젊은' 교수만 차출되었고 그중엔 나도 있었다. 병원 생활이 뭐 그렇지.
하지만 코로나 유행이 길어지자 교수님들이 피로를 호소했고, 결국 병원은 코로나 선별진료소만 전담할 의사를 따로 구인하였다. 코로나 의심 환자만 진료하는 임시직, 그것도 한 자리. 병원장님도 이걸 누가 지원할까 반신반의했다는데, 놀랍게도 네 명의 지원자가 있었다고 한다. 다만 슬픈 점은 그 네 분이 모두 소아청소년과 의사였다는 것이다.
코로나 유행이 길어지면서 많은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폐업했다고 한다. 마스크도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을 안 가게 되면서 코로나뿐만 아니라 자잘한 감염성 질환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소아 환자도 줄어드는데 코로나가 치명타를 날렸다고.
2019년 코로나가 발생하고
2020~2022년 사이에 실업자가 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매우 많았다고 한다.
2023년엔 비록 퍼포먼스이긴 해도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식이 있었다.
코로나는 끝났다고 하고 사람들의 활동은 다시 늘었다. 마스크 안 쓰고 다니면 욕먹던 게 엊그제인데, 이젠 거리에 나만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 같다. 자잘한 병치레하는 소아 환자도 그만큼 늘어났다. 다만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이 금방 돌아오는 건 아니므로 유독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