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한 카카오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보았다. 방 주제는 '웹소설 작가/지망생 모임'이었다. 웹소설과 브런치는 성격이 다르지만,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건 마찬가지다.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본 건 호기심이 주된 이유일 것이고, 딱히 구체적으로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진 않았다. 실제 대화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들끼리 친목 도모이기도 하고. 그것만으로도 카톡 알림이 금세 '300+'가 되니 뭔가 두렵기까지 했다.
워낙 웹소설계 초심자이다 보니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고, 그게 무슨 뜻인지 찾아보는 과정에서 소소하게 배운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라면 어차피 다 알게 될 기본 용어이지만, 신기해서 정리해 본다.
#1 1빡
그 방에선 많은 이들이 '1빡'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오늘도 1빡 하자"
"오전에 1빡 했고 오후도 1빡 하자"
"오늘은 3빡 했어요"
"아 1빡 하고 자야 하는데"
웹소설 쓰는 모임이니 대충 '빡'이 '빡세게 글 쓰자' 같은 말의 줄임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지만, 1빡이니 2빡이니 하는 건 도대체 뭘 세는 단위인지 몰랐다. 그래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웹소설 플랫폼에서 유료화할 수 있는 분량 기준이 대략 5,000자라고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작가가 1화 5,000자 기준에 맞춰서 글을 쓴다고 한다. 공식화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화 = 5,000자 = 용량 14kb = 100원 (...)
시스템상 웹소설 작가님은 '최소' 매일 5,000자씩은 꾸준히 써서 업로드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매일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5,000자가 대략 어느 정도 길이인가 하면
한글 프로그램 기준, 다음과 같은 기본 설정
- 함초롬바탕
- 글자 크기 10 Pt
- 줄 간격 160%
- 쪽 여백: 20/15/30/30/15/15 mm
- 문단 사이에 단순 엔터키로 한 줄 공백 남기기
- 대화문 사이 단순 엔터키로 한 줄 공백 남기기
으로 글을 쓰면 대략 4쪽 하고 3줄 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글마다 다르다.
브런치에선 순수하게 글만 썼을 때 6분 분량으로 표시되는 것 같다. 어떻게 계산해서 어디까지 6분으로 치는 건지 알 길이 없으니 대략 '1,000자 = 1분'이라고 생각하면 기억하기 쉬울 것 같다.
난 1일 1빡으로 브런치 공모전을 준비하긴 어려울 것 같고 '1일 0.2빡이라도 쓰면 다행'이라고 목표를 잡았다^^
#2 나작소
나작소는 '나만의 작은 소설'의 줄임말이다. 소설이 비록 유명해지진 못 해도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해서 소수의 팬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1일 1빡'이 웹소설계의 고단함을 상징한다면 '나작소'는 작은 행복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블로그도 나작소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내 취향은 뭔가 통일감이라고 해야 할지... 주제라든지 분위기라든지 뭔가 오밀조밀 비슷한 것들이 모여 있는 게 좋다. 물론 대부분 블로그를 그렇게 꾸미겠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유독 수집욕이 자극되는 특정 블로그는 비결이 뭘까? 누군가는 '톤앤매너(Tone & Manner)'라고 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솔직히 업계 용어는 잘 모르겠다. 내 브런치도 그런 블로그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일단 지금은 잡화점 같다.
해마다 열리는 브런치 공모전이지만, '될 것 같은 느낌'은 갈수록 흐릿해진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이젠 브런치에 글을 왜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생각하는 것이 '나작소'이다. 오늘도 말없이 '좋아요'를 눌러주는 누군가를 위해 글을 지어놓는다.
※ 웹소설 분량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작가님께서 잘 정리해 두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