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산 Aug 14. 2023

브런치의 '응원하기' 모델은 별로 매력이 없다

내가 선택받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니다

#1

우선 나도 일단 '스토리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았기 때문에 '응원하기'를 다는 건 어차피 시간문제다. 브런치 공지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한데, 차분하게 읽어보면 유료화 여부는 굳이 '오늘의 연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도 브런치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지금은 특정 선두 주자가 눈에 띄지만, 결국 또 다른 평준화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모든' 브런치 작가는 '응원하기'에 대비해야 한다.


#2

브런치 '응원하기'에 많은 작가가 기대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중 격하게 공감하는 한 작가님의 글이 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작가님의 한마디였다.


이것도 경조사 품앗이로 흐르는 거 아냐?


'응원하기'를 보면서 느꼈던 막연한 부담감이 바로 이것이었다.


#3

'응원하기'는 이젠 다른 플랫폼에도 흔하게 있는 '후원하기' 기능이다. 브런치가 있어도 별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런데 브런치는 특유의 생태계가 있어 '후원하기'가 좀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겠다.


[나무위키]에 있는 누군가의 표현을 가져오겠다. 공감은 하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브런치의 특징은 글을 쓰는 사람만 있고 읽는 사람이 없다.


내가 공감하는 이유는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분들이 외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브런치 작가이거나, 작가가 될 이들이다. 소비자보단 생산자가 훨씬 많은 (아마 대부분인) 공간이 브런치이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응원하기'는 실상 '수익'이라는 기대가 별로 안 된다. 내게 후원하는 분이 순수한 독자라면 더 좋은 글을 열심히 써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후원하는 분이 나와 마찬가지로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작가님이라면 '답례'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낄 것 같다.


'앗! 작가님께서 만원을 응원하셨네? 감사의 뜻으로 나도 똑같이 만원을 드려야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래서 내가 '응원하기'로 얼마를 받든, 심지어 대박이 난다 해도 어차피 다 '빚'이고 '플러스마이너스 제로'이다. 설마 브런치가 여기다 수수료 같은 걸 붙일 계획인지 알 수 없으나, 금액이 커지면 '세금'은 반드시 발생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똑같은 금액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세금을 내는 창조경제가 따로 없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는 '"서로" 응원하기'를 주의해야 한다.


#4

예전에 브런치 말고 다른 글쓰기 플랫폼이 있나 하고 글을 썼던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브런치를 대체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브런치 글의 주 장르가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브런치에 소설을 써도 전혀 제약은 없지만, 소설로 출판하겠다는 꿈을 가진 작가님이라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출판사 플랫폼이라든지 웹소설 플랫폼이라든지 등. 결국, 저마다 성격에 맞는 플랫폼을 찾아가는 거다. 브런치에 매일 노출되는 글이 소위 말하는 '결혼, 시댁, 남녀차별, 이혼, 이직' 이야기뿐이라고 지겹다는 분도 계시는데, 어쩌면 현재 그런 글이 브런치 플랫폼에 어울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피아, 조아라, 노벨피아, 카카페, 시리즈 등등 웹 소설 가보면 허구한 날 '이세계 전생해서 나 혼자 최강'인 거와 똑같다.


요즘 눈에 띄는 건 '헤드라잇'이라는 플랫폼이다. 광고 아니고 브런치가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플랫폼도 결국 브런치와 비슷하다. 지금은 초기라 덜하지만, 곧 '결혼, 시댁, 남녀차별, 이혼, 이직' 이야기로 뒤덮일 것 같은 것까지 똑같다. 다만 수익구조가 다른데, 여긴 그래도 광고 수익을 분배해 준다고 한다. 아마 금액은 소소할 것이나, 적어도 작가들끼리 품앗이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단점은 필연적으로 수반될 광고, 광고, 그리고 또 광고... 브런치가 지금 그나마 깔끔한 화면을 유지하고 있는 건 광고가 없기 때문이므로 이는 양날의 검이 될 것이다.


광고 수익(=적어도 수익은 외부에서 가져오기)이 아닌 좋은 수입원은 없을까. 나도 지금 비판만 하지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브런치 팀이 고심하는 게 보이긴 하므로, 정말 잘 풀려서 나도 다른 작가님들도 함께 잘 되면 좋겠다.


난 SNS는 브런치만 하기 때문이다. ㅠ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