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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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회에서 파업은 한 집단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일 것이다. 다만 이는 사회의 한 기능을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것이므로 크든 작든 다른 집단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파업은 국민이 양해해줄지를 잘 계산해야 한다. 대부분의 파업이 일방적인 집단 이기주의로 욕을 먹기 쉬우므로, 그런데도 얻을 수 있는 게 확실히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즉, 명분 싸움이다.
요약하자면,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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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보며 지난날 있었던 '2023년 간호사(보건의료노조) 파업'과 '2020년 의사 파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의사 파업은 '실패', 간호사 파업은 '절반의 성공과 실패'로 생각한다.
명분 없이 파업하는 건 집단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파업의 명분은 나름 합당했다. 그리고 그 명분으로 얻는 것이 해당 집단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한 거다. 아니 명분도 이득도 없이 괜히 파업해서 욕먹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2020년 의사 파업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매우 복잡한 상황이므로 저마다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여긴 개인 블로그이므로 내 마음대로 말하고자 하니 양해 부탁드린다.
우선 당시 의사들이 열 받을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 '코로나 시국이니까'라는 이유로 너무 급진적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① 의대 정원 증가
② 공공 의대 설립
③ 첩약 급여화
④ 원격의료
물론 겉으로 보기엔 이들 정책이 '의사 집단에 손해가 되니까 반발한다'라는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도 있는데, 단순히 그것만으론 파업으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의사 집단 내에서도 의견 차이가 분분했기 때문이다. 의사 파업으로 저 4가지를 한꺼번에 반대하는 주장을 해야 하는데, ①은 찬성하는 선생님, ②를 찬성하는 선생님, (③도 있을...까?), ④를 찬성하는 선생님 등 저마다 생각하는 게 매우 달랐다.
다만,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정부에 대한 의사의 불만이 쌓여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파업이 한 번 터질 일이었다. 마침 정책이 나오게 된 계기도 시민 단체나 한의학계 등 특정 집단의 이권이 개입된 정황이 있어 아는 사람이 보기엔 '정의롭지 못한' 부분도 충분히 있었다.
결국, 저마다의 생각은 달라도 전반적으로 '이건 좀 아니다'라는 감정이 일치했기에 의사는 파업했다.
그러나 문제는 고작 1번의 파업으로 4가지 정책을 꺾으려니 정부와의 여론전(=명분 싸움)에서 매우 불리했다. 예를 들어 국민도 "②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걸 알겠어. 그런데 그럼 ①을 하든가. 그리고 ④는 해보니까 편하고 좋던데?"라는 식으로 어떤 주장엔 동의하고 다른 주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①②를 반대하는 건 정부에서 '"돈도 많이 버는" 의사들의 이기주의'로 포장하기 좋아서 파업 명분이 훼손당하기 딱 좋았다.
그래서 파업이 장기전으로 가면 손해를 보는 건 아마 의사 집단이었을 텐데, 마침 정부와 의협이 적당히 타협하고(?) 파업은 흐지부지 의사가 욕만 먹고 끝났다.
뭐 그 뒤엔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땐 의협이랑 합의해서 합시다'라고 해서, 마치 의협이 뭐라도 얻은 것처럼 포장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상기 4가지 정책은 착착 진행 중이다. 정부도 아는 것이다. 의사가 파업으로 욕만 먹어서 당분간 또 파업 못 하고 기죽어 살 거라는 걸. 아! 혹시 모르니까 '의료인 면허 박탈법'도 통과시켜 놓았다.
의사들이 겉보기에만 대단하지, 속은 그냥 헛똑똑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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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지난 뒤 간호사들이 파업했을 때, 난 의사의 정치력은 간호사보다도 아마추어라는 걸 느꼈다.
사실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게, 간호사는 보건의료노조 소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민노총 소속이다. 각종 파업이라면 이골이 난 '전문가'들의 파업은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우선 대외 이미지부터 착실히 쌓아왔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방호복을 입고 피로한 모습으로 일하는 간호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많이 봐왔을 것이다. 간호사들이 고생을 많이 하신 건 사실이나, 의사도 비슷하게 고생했지 놀기만 한 건 아니다. 그러나 간호사는 '노동자'로서 고생하는 모습을 조직적으로 홍보를 잘했고, 의사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파업의 주장도 단순 명료했다.
"간호사들이 이렇게 힘들게 고생하는데, '간호법' 하나만 통과시켜 주면 해결된다."
이 '간호법'이 '백지 수표' 같은 상태고 뭐를 담을지 모른다는 건 굳이 국민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 그저 간호사들이 그동안 많이 고생한 건 알지? 그런데 '간호사'니깐 '간호법' 맞잖아? 아니 나중엔 '간호법'을 '부모돌봄법'이라고 부르자. 노인 환자를 간호사가 단독으로 보겠다는 내용도 간호법에 넣을 거니까. 그런데 굳이 그것까지 국민이 알 필요는 없고, 일단 간호사가 '부모돌봄법'이라고 주장하는 걸 반대하는 놈들은 부모도 안 돌보겠다는 패륜아라는 거지! 간호사 파업은 단어 선정 하나마저도 예술적이었다.
명분도 잘 쌓고 주장도 깔끔한 간호사 파업을 보면서 '파업이란 자고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이를 반대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또 욕먹는 의사 협회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정권이 바뀌어서 그런지 몰라도 '간호법'은 일단 통과되었다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보류되었지만, 그게 간호사가 실패한 건 절대 아니다. 일단 '통과되었던 적이 있다'가 엄청난 성공이고, 앞으로도 시간은 많으니 이대로 계속 크고 작은 파업을 반복하며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의사와 달리 간호사는 민노총 소속이라 '파업'에 큰 부담이 없는 것도 매우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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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4일. 전국의 교사들이 사실상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날이다. 교사는 공무원 신분이라 집회 및 시위 행동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따라서 교사는 표면적으로는 연가나 병가를 내는 거로 '파업'을 하는데, 교육부는 이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했다.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의사는 공무원도 아니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의사의 집단행동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초강수를 두었다. 사회 혼란을 우려한 결정이었을 것이겠지만, 사실 마땅한 처벌의 근거는 없었다 (지금은 '면허 박탈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있을지도?). 그런데도 의협은 여론의 부담을 느껴 흐지부지 보건복지부와 타협을 했다. 결국, 선역 혹은 악역 어느 쪽으로도 이득을 얻지 못하고 패배한 바보가 된 것이 개인적으론 안타깝다. (어른의 사정이라는 게 있었겠지만)
내일은 과연 대한민국 교육계에 어떤 의미로 기억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교사는 현재 유례없이 강력한 명분과 지지를 얻은 상태다. 서이초 사건은 비단 교사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그동안 '참고 넘기던 각종 갑질'에 대한 트라우마를 폭발시킨 거라고 할 수 있다. 무너진 교권에 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라는 문제의식을 국민이 전반적으로 느끼고 이번 계기로 뭔가 해결되길 바라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몇몇 선생님의 안타까운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명분이기도 하다. 현실이 슬프지만, 그저 슬픔으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이다.
그러니 부디 선생님들이 지지 않고 세상을 바꿀 수 있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