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산 Jun 04. 2021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당선작들을 공부해보자 #3

이슬아 심사위원편

우선 이건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문화계는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곳이고 이는 순수 문학도 "의외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792



지금 / 김언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지금 말하라. 지금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왜 말하는지. 이유도 경위도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은 기준이다. 지금이 변하고 있다. 변하기 전에 말하라. 변하면서 말하고 변한 다음에도 말하라.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아니면 지금이라도 말하라. 지나가기 전에 말하라. 한순간이라도 말하라. 지금은 변한다. 지금이 절대적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이 되어버린 지금이. 지금이 될 수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 말하라.


『한 문장』, 문학과지성사, 2018



지금을 말한다는 것. 그것은 유행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사조'라고 하면 좀 고상하게 들릴까요? 과연 어떤 글이 유행을 의식하지 않고 써질 수 있을까요?




이슬아 심사위원은 에세이 다섯 작품을 선정하였어요. 《엄마가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부부, 일상 권력을 생각하다》, 《심리학적 수요일과 경제학적 일요일》, 《비디오 키드의 생애》, 《너는 꿈이 많고 나는 생각이 많지》에요.


한편 이슬아 작가의 총평을 보면 흥미로운 작품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어요. 작가 지망생으로서는 아쉽게 들리지만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니긴 하겠지요.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 에세이가 흥미로웠을까요?


지난 글에서 이슬아 작가는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의 색이 강하신 분이시니 작품 선정에 그녀의 취향이 묻어 나올 수 있다고 하였어요. 과연 그럴까요?




저는 다섯 작품 중 가장 이슬아 작가의 취향을 저격한 건 《부부, 일상 권력을 생각하다》 작품 같았어요. 이 작품은 요즘 유행하는 요소(페미니즘+비건+반일+성소수자+외국인+가정폭력)를 다 가지고 있는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작품 자체도 좋았어요.


저는 각 해당 요소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을 거예요. 종교나 정치와도 같은 거니깐요. 찬성이든 반대든 더 건드리다간 다칠 수 있어요. 단지 저의 시각은 이건 '유행'이라는 거예요. 마치 1960년대 미국과 히피처럼요.


이에 대한 이슬아 작가의 심사평을 보면 다음과 같아요.


"꼬인 마음 없이 겸허히 정진하는 남편의 글쓰기. 섬세하고 성실한 사랑으로 가부장제에 맞선다. 본문의 터치감이 조금 더 깊어지면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한편 다른 작품에서도 이슬아 작가의 시각이 언뜻언뜻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예를 들면 《엄마가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작품이 있어요. 1인 카페 운영 경험담과 (전) 직장 생활 경험담이 적절한 비율로 섞인 맛있는 커피 같은 에세이였어요. 단맛과 쓴맛이 섞인. 직장인과 자영업자 양면으로 공감을 많이 받을 수 있겠다 싶었고, 어느 쪽도 과하지 않기에 내용만으로는 어느 카페인지 무슨 직장 (아마도 공기업)을 다녔는지 알 수 없는 점이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 좋을 것 같았어요. 특히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았고요. 심사평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요.


"제목을 본 뒤 수많은 카페 창업 이야기와 다를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읽었다. 글 속에서 엄마가 더 활약한다면 제목에 걸맞은 책이 될 것 같다."


참고로 아빠는 미라가 되었어요.


혹시 《너는 꿈이 많고 나는 생각이 많지》는요?




이러한 몇 가지 예시는 '이슬아 작가는 어떠한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걸 거예요. 편향적 사고인 거지요. 게다가 페미니즘적 요소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작품들에도 있어요. 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느낀 점은 페미니즘은 지금의 어떤 문예사조이며 우리가 쓰고 있고 쓰게 될 글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거예요.


지금은 지금이니깐요.


그래서 제가 느낀 이슬아 심사위원의 심사 기준은 '유행'이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당선작들을 공부해보자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