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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Jun 05. 2021

밀리의서재X브런치공모전 당선작들을 공부해보자 #4

이진우 심사위원편

소설(픽션)이 아니니깐 논픽션?


이라고 하기엔 논픽션도 다양한 부류가 있지요. 이건 비전공자의 내 맘대로 분류예요.


앞서 배순탁 평론가는 마치 글로 쓴 다큐멘터리 같은 르포 장르를 주로 선정하였고, 이슬아 작가는 개인의 체험과 사유를 정돈한 에세이 장르를 주로 선정하였지요.


전 이진우 기자는 실용서 같은 글들을 선정하였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제목만 봤을 때는요. 그러나 읽어보니 이들도 '연마된 전문성'이었어요. 실용서라고 딱 잘라 분류하긴 애매했어요. 어떤 글은 '지금 완독 해봤자 까먹으니 북마크 해놓고 찾아봐야지' 싶은 실용서였고, 어떤 글은 에세이 같은 성격이 강했어요. 전반적으로는 마치 좋은 강의를 들은 기분이었어요.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어느 날 이 작가들이 와서 '퇴사와 창업'이라는 주제로 딱! 강의하는 거지요. '다큐멘터리'보단 좀 더 제 현실에 가깝지만 막상 들어도 당장 오늘 퇴사할 수는 없는 그런 거리감... 그러나 누군가에겐 많은 도움이 되겠죠. 그래서 실용서가 아주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애매했어요.


이진우 심사위원은 《백수가 된 모범생의 각성기》, 《기술창업 36계》, 《브랜드와사람이만들어가는 공간들》, 《출근하지 않는 디자이너》, 《시골창업, 지리산소풍 탄생기》를 선정하였어요.




배순탁 심사위원 편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꼭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요. '꼭 그런 건 아니다'는 거지 '절대 아니다'는 건 아닌 예시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전문가/유경험자가 작정하고 본인 이야기를 벼려내었구나 싶은 글들이었어요.


예를 들면 《기술창업 36계》는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기엔 '무슨 강의록 같은 걸 잘 정리해 놓은 것 같은데 당선되었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투박하게 생기긴 했어요. 아마 심사위원이 이진우 기자가 아니었음 채택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이렇게 쓰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 정수가 담겨 있다는 건 느끼실 거예요.


지금은 다소 퇴색하였다고 하지만 브런치에는 능력자들이 써놓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고급 정보들이 있(었)다고 하잖아요? 이들은 그런 글들이에요. 전 브런치를 하면서 이런 글들을 보면 '아니 돈도 안 된다며... 이런 전문 정보들을 고급지게 써 놓아도 괜찮아? 이거 쓰는데 "그냥" 이상의 공이 들었을 것이 뻔히 보이는데? 브런치 열정 페이 너무 심하네...'라고 생각했는데요. 결국 공모전에 당선되었으니 그 보상을 받은 걸까요? 문제는 이 정도 급의 글들이 4천여 점의 브런치북들 중 한두 개가 아닐 거라는 거예요. 막막한 기분이 들게 하는군요. '덕후'가 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겠어요.




이진우 기자의 선정 작품들의 주제는 '퇴사와 창업'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세 작품은 아예 창업 경험담 (퇴사도 포함)이고 하나는 브랜드 관련, 심지어 백수도 그냥 백수가 아니에요. 이 정도를 가지고 '백수'라고 하다니 기준이 너무 팍팍하네요... 따라서 읽고 공감과 위로를 얻는 건 좋은데 '이들을 벤치마킹해서 나도 퇴사할까?' 생각하는 건 조심해야 할 것 같았어요. '노력'이 너무 빛나면 '배경'이 종종 안 보일 때도 있으니깐요.




또 제 상황을 예로 들어 적용해 볼게요.


이젠 브런치마저도 의학 정보가 넘쳐나잖아요? 진지하게 본인의 사유를 담담하게 쓰시는 의료인 작가분도 계시는 반면에, 두서없는 정보글의 나열만 있는 브런치도 많아요. 그리고 그건 대부분 광고일 거예요. 업체를 끼든 본인이 직접 하든. 그 정보라는 것도 막상 보면 굉장히 간단하고 단편적이라 별 도움도 안 돼요. 그냥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게 하고 '궁금하면 우리 병원/한의원으로 오세요.' 하는 거죠. 참고로 단순 의학정보글들은 그거 볼 바엔 S나 A병원 질환백과를 보는 것이 나을 거예요. 저도 가끔 참고하거든요.


http://www.samsunghospital.com/home/healthInfo/content/contentList.do?CONT_CLS_CD=001020001013

http://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Submain.do#


저는 여기서 근무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굳이 저 둘을 소개하는 건 단순 의학정보글 가지곤 S나 A의 이름값에 쉽게 밀린다는 거예요. 내용도 이쪽이 더 충실하고 체계적이에요. 따라서 목표가 그냥 '브런치에 글쓰기'면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겠는데, '공모전'을 노린다면 지식의 나열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요. 결국은 삶을 녹여내야겠지요.


아 그런데 그렇다고 의학 정보 내용을 간과해서도 안 될 거예요. 안 그러면 작가 혼자서 "의사가 이렇게나 고생한다." 하고 앉았고, 독자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하고는 공감도 별로 못 한 채 질환에 대해 검색하러 나가겠죠. 결국 정보와 감성을 조율하여 감성이 약간 강한 글 (에세이)을 쓰거나 정보가 좀 더 강한 글 (분석글? 실용서?)을 쓰게 되겠지만 둘 다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어요.




그래서 제가 느낀 이진우 심사위원의 심사 기준은 '사유가 담긴 강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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