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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산 Aug 04. 2021

카카오뷰와 브런치

이젠 내 글이 우연히 카카오톡 탭에 실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탭이 카카오뷰로 변경되었다


이전에 저의 브런치 글이 우연히 카카오톡 탭에 노출되어 방문자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드린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좋았지요. 그런데 이젠 이런 깜짝 이벤트는 아마 없을 것 같군요.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부터 새롭게 개편(?)된 카카오뷰. 시작 전부터 언론을 통해 광고하는 걸 봤을 땐 '콘텐츠 사업'을 강화한다면서 브런치 등등을 언급하길래, 그럼 브런치 작가에게도 반사이익이 있나 싶어서 궁금하였는데요. 오늘 카카오톡 업데이트 나오자마자 설치해보고 카카오뷰를 살펴보니 일단 첫인상은 별로입니다. ^^


카카오뷰는 기존의 카카오톡 탭이 바뀐 건데 어떻게 바뀐 건지 보도자료를 보겠습니다.



일단 장점은 브런치 작가에게 어쩌면 수익이 될지도 모르는 모델이 하나 생겼다는 거예요.


카카오는 보드 이용수나 노출 수 등에 따라 ‘My뷰’ 공간의 광고 수익 일부를 뷰 에디터에게 배분한다. 카카오는 향후 이용자의 후원이나 유료 콘텐츠 발행 등으로 수익 모델을 추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단점은 '브런치 작가'의 차별화된 이득도 아니라는 거죠. 어쩌면 오히려 더 피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음은 브런치 작가로서 제가 느낀 단점이에요.


1. 카카오뷰는 정보의 편향을 가중시킨다.


이전 카카오톡 탭에선 내가 관심이 있든 없든, 좋든 싫든 무작위(맞을까요)로 정보들이 노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뷰로 바뀌면서 '내가 원하는 정보'만 구독해서 모아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건 대중들에게도 좋은 방향이 아닌데, 이젠 아예 내가 보기 싫은 의견을 제시하는 보드는 존재하는지도 모르게 노출도 안 시킬 수 있는 것이죠. 내 편만 들어주는 정보 가운데서 확증 편향을 강화시키기 딱 좋게 되어있어요. 전 국민이 이용하는 메신저인데, 와 대단하고 무섭네요. 카카오.


또한 이러한 시스템에서 이제 브런치 글이 랜덤 하게 카카오톡에 실리는 건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실질적인 이득은 없었지만요.


2. 카카오뷰의 보드는 누구나 채널을 통해 스크랩해서 만들 수 있다.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누구나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어 콘텐츠를 올리는 ‘뷰 에디터’가 될 수 있다. 채널에 ‘보드’를 만들고, 그 안에 콘텐츠를 모으면 된다. 예를 들어 여행을 즐기며 맛집을 찾는 A 씨는 ‘A의 맛집 탐방’이라는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해 보드를 발행할 수 있다. 보드엔 브런치, 티스토리 등 카카오 서비스뿐 아니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외부 서비스도 연동할 수 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한 건 단점이 아니죠. 그런데 브런치 작가 입장에서 볼까요?


'카카오톡 채널'이라는 것은 기존에도 있긴 했어요. 그러나 이젠 카카오뷰에 내 글을 올리기 위한 필수가 되었어요. 브런치 말고도 별도로 채널도 개설해야 하는군요. 뭐 그래요. 하나 더 만드는 거야 어려운 것도 아니죠. 이전엔 운이 좋아야 카카오톡 탭에 노출되었다고 한다면 이젠 내가 직접 올릴 수도 있으니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나'가 '보드'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스크랩'이라는 건 좀 우려스러워요. 제가 아직 보드를 직접 안 만들어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요 (아마 직접 작성할 수도 있겠죠?). 물론 안 유명한 저의 글이야 지금 누가 퍼가겠어요. 대부분은 필요하면 콘텐츠를 만든 본인이 직접 자신을 스크랩해서 보드를 만드시겠죠. 그런데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겠습니다.


누가 브런치에 쓴 내 글이 마음에 들어서 자신의 보드에 다른 글들(티스토리, 다음 블로그, 기타 등등)과 함께 올렸는데 대박 났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그 광고 수익은 뷰 에디터 '누군가'가 가져가지 원 글쓴이는 아무 이득도 없는 거예요. 심지어 자신의 글이 보드에 스크랩당했는지는 알 수 있을까요? 와 대단하고 무섭네요. 카카오.




이런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기 때문에 '브런치는 브런치 작가를 정말 찬밥 취급하는 게 맞네'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겠어요. 브런치는 공모전 전용 플랫폼, 즉 공모전 대기실 같은 느낌이 맞나 보군요. 앞으로는 콘텐츠 사업이 더 중요해질 거라 생각해서 나름 도전해보고 있는 것인데, 브런치가 기대하는 게 지금의 카카오뷰라면 일단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하고 싶어요. 그러나 아직은 시작 단계이니 카카오가 뭔가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향후 이용자의 후원이나 유료 콘텐츠 발행 등으로 수익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하니까요. 어디서 많이 본 모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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