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이 파업하니 신기할 정도로 잠잠한 여론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극적인 협상 타결로 모두가 한숨을 돌리고 코로나19 유행 속 의료 공백 위기를 피하게 됐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예고하자 지난달 28일 일제히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과거 같으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한다고 난리 쳤을 텐데, 이번엔 좀 양상이 다르다.
(중략. 대략 이번 우리 파업엔 언론이 조용했다는 내용)
언론이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내걸었는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에게 당장 필요한 게 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중립국."
"다시 한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 최인훈의 소설 광장 중
의사 파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런 여론몰이가 필자는 무척 못마땅하다. 무엇보다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 처절했던 순간들이 여지없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80년대, 90년대에 지하철과 철도노동자의 파업은 ‘시민을 볼모로 이익을’ 추구하므로 불법이었다. 병원노동자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한다고 해서 그때도 비난받았고 노동자는 감옥에 가야 했다. 많은 공공부문 사업장의 파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분류돼 최근까지도 불법이었다. 또 조선과 자동차 등 민간 제조업 노동자의 파업은 ‘국가경쟁력을 좀먹고 경제 위기를 불러온다’는 이유로 불법이었고, 조종사 파업은 ‘고임금이므로 불법’이어야 했다. 물론 공무원·교원의 파업도 ‘국가의 안위와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지는 공적 임무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불법이었다. 수백, 수천 명이 감옥에 갔다. 그보다 수십 배나 많은 이들이 이런 여론 앞에서 해고됐음은 물론이다. 상당수의 노동자는 그 때문에 희생됐다.
이번 사태의 성격 규정과 관련, 의사협회는 '총파업'이라고 밝혔지만 정부는 '집단 휴진'으로 규정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정부 대응 기조를 밝히는 브리핑에서 '파업'이라는 용어를 일체 쓰지 않고 '의사단체의 집단휴진'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에서 "개원의를 포함한 의료기관의 집단휴진을 계획·추진한 의사협회를 카르텔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해당 단체 소속 각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의협이 1·2차 집단휴진을 결정하고 이를 시행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의사협회를 노조가 아닌 일종의 이익단체로 간주하는 인식하에, 이번 사안에 노동조합법이 아니라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것이다.
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이번 집단휴진을 '총파업'으로 표현한 배경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우리도 이번 파업이 노동법에서 말하는 파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사 직역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동자인 의사들이 사실상 파업이라고 집단행동을 통해 정당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해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