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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 속 쉼터 Nov 12. 2023

간절함

글쓰기 96일 차

 난 간절함이 없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 같다. 취업을 해야겠다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혹은 누군가를 꼭 만나야겠다는 간절함이 없었다.


 그냥 운명이면 그렇게 될 것이고 아니면 마는 거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결과는 받아들이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취업을 할 때도 그냥 친구들이 하길래 따라 지원을 하였고, 최종 면접에 가서도 '그래 너네 뽑으려면 뽑아라. 근데 난 진짜 잘하는 사람이긴 해' 이런 마인드였다.


 내 삶을 천천히 되돌아보면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건 내가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한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삶이란 건 정말 찬란하지만 그만큼 허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의 삶은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부터는 늘 약간의 힘은 빼놓고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기에 내게 간절함은 없다. 그렇기에 또 난 간절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설령 저 순간이 허무할지라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남김없이 아니 혹은 있는 것을 더 불태워서라도 한 발자국 더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멋져 보인다. 저 사람들은 알까? 그 끝이 사실은 허무일 수도 있다는 걸.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이 없어져 하루하루 생명의 연장만을 걱정해야 할 때가 되어서야 내게도 비로소 간절함이 다시 생길까? 잘 모르겠다. 이제는 간절함이 없기에 난 꾸준함으로 대신한다.


이 삶이 허무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꾸준히 걷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느끼는 것이 지금의 내 삶이다. 남들보다 간절함이 부족해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는 없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들보다 쉽게 쓰러지지만 쉽게 멈추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의 간절함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아 가장이 되면 알려나. 내 몸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게 생기는 순간이 오면 알게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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