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만에 휴가를 쓴 날이었다. 평소보다 더 늦은 10시 30분쯤 아침을 시작했다. 눈은 떴지만 잠에 좀 더 머무른 20분. 회사 메신저 탐색을 10분. 그리고 회사 주간 미팅을 원격으로 감상하기를 1시간. 어느덧 시계는 1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휴가인데도 회사 생각으로 하루를 먼저 시작하다니, 워크 앤 라이프 하모니 단계로 넘어온걸까? 그래도 이게 불만족스럽진 않다.
그렇게 오전을 회사로 채운 후, 잠자리에서 일어나 점심으로 백숙을 먹었다. 오늘이 말복이라고 아버지께서 손수 만들어주셨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쇼파에 앉아 빗소리에 귀를 맡겼다. '오늘 태풍이 온다던데... 뭘 해야하지? 이따 4시에는 PT를 가야하니까 집에서 무엇을 하자. 그래서 무엇을 하지?...' 오랜만에 휴가여서 그럴까? 무엇을 해야 쉬는건 지 잘 모르겠었다.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봐도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업무 관련 정리를 하자니 하루쯤 머리를 쉬고 싶고... 그렇다고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대부분을 포기한 채 유튜브로 야구 예능을 봤다. 그리고 좀 지나 운동 갈 시간이 되었고, 운동을 다녀와 씻고 나오니 금방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오늘이 말복이니까 하루를 닭으로 가득 채울 생각에 저녁은 치킨을 시켜 먹고, 마침 오늘 좋아하는 이스포츠 경기가 있어 남은 시간을 경기와 함께 보냈다.
경기를 다 보고나서 누워있는데, 초저녁부터 잠이 몰려오더라. 오늘은 모든 곳에서 지고 싶어, 그냥 자연스레 잠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눈을 다시 뜬 저녁 11시 30분. 잠에서 깨어 글쓰기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글을 쓰다보니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생각보다 내 일상이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차있었다는 걸 말이다. 이전까지 내 삶은 늘 단조로운 줄 알았다. 회사, 운동, 스터디, 세미나와 가끔씩 발생하는 미용실, 피부과 같은 이벤트들이 내 삶의 구성요소였다. 남들이 보기엔 다채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매우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이었다.
누구보다 재미없는 삶을 살고있다고 믿었는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틀은 비슷하지만 내용물이 다른 것처럼 속은 늘 다양했던 것 같다. 그 날만의 생각과 고민, 열정의 방향 모든게 비슷하지만 서로 달랐던 것 같다. 난 하나의 색으로 살아온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다채로운 삶을 살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