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자신도 모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자신도 모르기 때문에 도무지 좋아할 수 없는 것을 좇는다. 여기선 택시를 타도 인사 한마디를 안 하니까 삶이 건조할 수밖에 없다. 여기는 이상하게 사회주의 국가보다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더 부족해 보인다. 모두 왜 짜증을 내면서 살까?
얕은 경험으로 신념이 없는 이들은 평범해지기 위해 어리숙함을 연기하고 눈치를 보면서 사람들 틈으로, 자꾸 다른 사람과 같아지려는 형편없는 노력들로, 물감으로 그린 듯 억지로 짓는 웃음으로, 원하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파렴치한 생각들로 빨려 들어간다. 목적지를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같은 생활엔 마음의 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일주일 만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훑어보는데 사람들이 너무 불행해 보인다. 좋은 것만 보고 들어도 부족한 인생인데, 왜 그렇게 불평불만을 하면서 사는지 모르겠다. 1인당 GDP 2천 대의 베트남 사람들이 GDP 3만에 육박하는 한국 사람들보다 행복하다는 건 아이러니다. 스크롤을 조금 내리다가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피곤하고 기분이 안 좋아서 창을 꺼버렸다.
행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면의 목소리가 바라는 건 크지 않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건 일상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고 사소한 포만감뿐이다. 행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시야에서 없어질 때까지 손 흔들어주는 사람, 낯선 거리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 외국인과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됐을 때의 기쁨,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여유,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주 앉은 식사, 상대방에 대한 호감 있는 질문, 차가운 술 한 잔과 기분 좋은 대화, 음악과 춤, 그리고 다른 것들…. 우리가 속삭이고 싶은 건 고작 이런 것들이다.
1시간 넘게 연착된 항공기는 책 읽을 시간을 주고, 폭우가 쏟아져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던 하이반언덕은 다음에 다시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생각만 달리하면 여기가 낙원이고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