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자마자 알바 찾는 학생들을 보면서

더 좋은 방법이 있다

by 남시언

수능시험이 끝났다. '해방이다!'라는 기쁨도 잠시, 수능이 끝나자마자 놀고 쉬어야할 시간도 없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고등학생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던 내가 보기에도 참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친구들과의 여행이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많은 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수소문을 하고있는 것 같다.


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해보는건 좋은 경험이다. 돈을 버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돈의 주체가 누구이며 실제 사회에서 돈의 흐름과 경제관념을 익힐 수 있는 까닭이다. 자기 힘으로 땀흘려 돈을 벌어보면 돈을 쉽게 쓰지 못하게된다. 푼 돈이라 할지라도 돈을 버는게 힘들다는걸 피부로 느끼게되면 지금껏 부모님이 해주셨던 사랑과 보살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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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 전, 나는 운 좋게 대학 전산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수업이 일찍 마치는 날이면, 나는 전산실로 가야했고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디론가 즐겁게 떠났다. 이때 바라보았던 그들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화가났고 억울했다. 저 친구들은 저렇게 놀면서도 학교를 잘 다니고 먹고 사는데, 나는 왜 놀지도 못하고 일을 해야하는가? 내 속에 무언가가 끓어오르는걸 느끼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나는 용돈이란걸 받지 않았고 내 돈으로 대학생활을 해야했다. 마음속으로 내가 그들보다 더 낫다고 자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던 시절이었다.


지금껏 전산실을 포함해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때의 경험은 유익하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며 알게 모르게 나의 선택을 좌우한다. 무언가를 이해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쨌거나 내가 학생일때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당시엔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다. '대학생이 공부를 하거나 놀아야지 아르바이트를?' 대충 이런 분위기였다. 지금은 공기가 다르다. 아르바이트는 돈을 버는 방법의 하나로 여겨지고 오히려 친구들이 응원해주는가보다.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앞으로 점점 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편의점 카운터는 기계로 대체하고 체크인 서비스나 패스트푸드 주문 역시 스마트한 기계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최저임금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과학기술 발전만으로도 오늘날 학생들은 알바를 구하는게 쉽지가 않다.


내가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지금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여러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공부하고 그동안 도전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뭔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아르바이트보다 가치있을지 모른다. 이건 선택의 문제다. 당장 먹고사는게 곤란하지 않다면, 아르바이트보다 좀 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도모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특히 독서를 추천하고싶다. 그 이유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면 돈이 들지 않는데다가 나중에는 가장 효율적인 돈벌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사람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으므로 (역설적이게도) 지금 열심히 책을 읽으면 남들보다 빠르고 현명하게 자신의 삶을 이끌 수 있게 된다.


내가 학생 때 했던 아르바이트는 먹고사는 문제과 직결돼 있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학교에 갈 버스비조차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화나고 억울해도 일을 해야만했다. 만약 학생이었던 내게 누군가가 "당장의 아르바이트보다 중장기적으로 좀 더 좋은 방법을 추천해줄게"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던 까닭에 멀리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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