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을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내가 처음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나서 한 일은 인터넷서점에서 책쓰기와 관련된 책을 모조리 사는 일이었다. 합해서 10권인가 샀다. 그 다음 귀신에 홀린듯 읽으면서 씹어삼켰는데 딱 한달이 걸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이끌린 것 같았고 무아지경 그 자체였다.
나는 책을 써 본 적이 없었으므로 궁금한게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책을 쓴 사람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 이 막막함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사람에게 환경이란건 이토록 중요하다.
몹시 궁핍하고 돈이 없던 시절이라서 양말 두 겹과 장갑을 끼고(참고로 밖이 아니라 방에서다) 김치랑 고추장, 밥, 물로만 6개월 이상을 버텼다. 동상걸린 손은 퍼렇다 못해 좀비마냥 보라색으로 변해 간지러움으로 날 괴롭혔지만 포기하고싶진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책을 쓰고 싶었고 또 책을 써야만했다. 당시엔 책만 쓰면 모든게 나아질거라고 생각했고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막상 책이 나오고나서는 작가라는 타이틀외에는 바뀐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썼다. 여기에서 글이란건 소설이나 일기처럼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블로그나 매체에 쓰는 이른바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다. 당시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고작 이것 뿐이었다. 나는 배수의 진을 친 심정으로 반드시 성공시켜야만하는 입장이었고, 삶 전체는 모험에 따르는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 당장 내일 굶어죽을 수도 있는 환경에서 글을 쓴다는건 쉽지 않았다. 어쩌자고 나는 이 거칠고 힘든 가시밭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걸어가려고 했던걸까?
이 시기엔 과장을 조금 보태면 밥먹고 글만 썼다. 글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글을 얻었지만, 건강과 친구관계, 돈과 시간, 그외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그럴수록 나는 마치 편집증 환자처럼 더욱 글쓰는 일에 매진했고 이때 쓴 글을 모아 첫 책을 낸 바로 다음해에 두번째 책을 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과론적이지만 나쁘지 않은 투자였다. 책을 쓴 일은 내 인생에서 내가 가장 자랑스럽고 잘 한 일 중 하나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래서 나는 여러분들도 글을 쓰고 책을 쓰라고 강력하게 권하고싶다. 쉽고 행복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루한 시간과 고통의 세월이 뒤따르고 오래도록 글을 쓰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아무나 글을 쓰는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글을 써야하고 책을 써야한다. 자신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책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만나는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한다. 이런 체험은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책을 쓴 사람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고 일반 대중들은 책쓰기란것을 자기랑은 동떨어진, 우주의 달나라 일 정도로 생각하는 까닭에 책을 쓴 저자가 되는 일은 말하자면 극도로 압축된 소수파에 합류하는 일이기도 하다.
죽었을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 돈? 집? 이름? 그 무엇도 오래도록 남기기는 쉽지 않다. 시간은 모든걸 지워버리는 최고 성능의 지우개다. 그러나 책이라고 하는것은 (찾는이가 없다고 할지라도) 세월 속에 남아 당신의 온기를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