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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Dec 04. 2015

#이세에 별이 #6 - 전송

큰일났다


저질러버렸다. 아아... 보내버리고 말았다.

그 날은 겨우 불러낸 친구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한 잔 했지.
처음엔 한 잔 이었지만 나중에 보니 몇 병.
마치 우리 사랑처럼 점점 불어난 술 병.

정신을 차리기 힘들만큼 취해서
입김나는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잠시 서성였어.
습관처럼 문자메시지를 켰다.
'이건 아니야'라고 스스로 자위하듯 고개를 저으며 껐다.
그리고 다시 켰다.
'OO야...'
메시지에는 작성된 채 보내지 못한 문자가 있었지.

'보낼까? 말까?'
수없이 했던 고민이지만 여전히 망설였던 것.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눌러버리고 말았다.
'전송'


아... 큰일을 저질렀다. 결국!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던지.

'취소할까? 아니면 폰을 꺼버릴까? 그것도 아니라면...?'
고민하는 찰나 문자는 전송되었고 네 폰에 도착했겠지.
잘한 일인지, 잘 못한 일인지...
답장을 기다려야하는지, 실수라며 잊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어.

어쨌든 '전송'에 박수를.
후회할 것 같았거든.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보내지 못할 것 같았거든.
후회... 그리고 용기.

그 사이에서 헤엄치듯 왔다갔다했던 내가 술 기운에 눌러버린거야.

혹시 너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아련한 기대감에,
혹시 나처럼 너도 누르지 못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답장을 기다려야하는 이 순간이 너무 답답하고 떨린다.


지금 내가 바라는건 크지 않아.
단지 네가 눌러줄 '전송'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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