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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Jan 23. 2019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맛있다고 알려진 콜라가 더 맛있다

나는 얼마전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지금껏 블로그나 책을 통해 '글로'설명해왔던걸 '말로'설명할 수 있는, 음성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세간에서는 유튜브 수익이 어쩌고... 광고가 어쩌고... 말들이 많지만, 그런것들은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달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내가 만약 수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유튜브를 할 시간에 잡지에 원고를 쓰거나 블로그에 포스트를 작성했을 것이다. 효율로 따지면 그쪽이 훨씬 낫다. 그런데도 그런 효율을 어느정도 양보하면서 유튜브에 도전하고 있다. 왜? 그렇게하지 않고서는 안되는 시대라는걸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 브런치 글에서도 이야기한적이 있지만, '음성'의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고있다. 음성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는 지금껏 없었고 이 분야는 마치 제 3세계처럼 느껴진다. 얼마전까지 정보의 전달이라는건, 글이나 이미지 형태로 이뤄졌다. 보통은 눈으로 봐야하는 것들이다. 책이든 사진이든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음성은 다르다. 귀로 듣는 형태이기 때문에 반드시 눈으로 보지 않고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운전하면서 공부하거나 설거지하면서 시청할 수도 있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듣다가 잠들 수도 있다. A를 귀로 들으면서 B를 하게되면 집중력은 조금 흐트러지겠지만 두 개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으므로 효율이 극대화된다.


아무튼 요즘 내 유튜브의 주제는 MAC에서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파이널컷프로X과 사진 편집 프로그램인 어피니티포토, 일상 정도다. 아직 올챙이 유튜브 채널이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어느새 꽤 많은분들이 구독도 해주시고 응원과 감사의 댓글도 남겨주신다. 2019년 들어서 하루에 한 개의 영상을 꼭 올리고 있고 현재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 중이다. 유튜브 영상 제작은 보통 일과가 끝난 저녁에 하고 있으므로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줄였다!!


내가 세상에서 이 분야를 가장 잘하기 때문에 위의 것들을 주제로 고른건 아니다. 내가 어느정도 잘 다루면서도 관심도 있고, 영상을 찍으면서 더 공부하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여행 영상이나 먹방 영상, VLOG도 할 수 있다.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런쪽으로 주제를 잡지 않은 이유는 이 분야에는 경쟁자가 너무 많고 내가 생각하기로 그들과 겨루었을 때 내가 이길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여행 영상을 올리는 A라는 사람과 내가 있을 때, 구독자 입장에서 왜 A 대신 내 영상을 봐야하는가? 아무런 유인을 제공할 수 없으면, 팬덤을 형성할 수 없다. 



두번째 이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방에서 촬영할 수 있어서 꾸준한 정보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여행 영상이라면, 날씨나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게된다. 너무 추운날이나 너무 더운날에는 건강에도 신경써야한다. 그리고 체력도 필요하다. 그러니까 처음 주제를 잡을 때 아무렇게나 잡은게 아니고 쉬워보여서 잡은것도 아니며 엄청난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다. 여행 영상을 하루에 1편 찍어서 편집해서 올리는건 시간 여유가 빠듯하다. 전업이 아니라면, 자기의 할 일을 하면서 투잡 또는 취미 형태로 해야하니까 최대한 시간활용을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골라야하는 것이다.


세번째 이유는 확장 가능성이다. 콘텐츠 업계에선 OSMU라고 부른다.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만 올리는게 아니라 SNS나 블로그에도 올릴 수 있다. 활동 범위 측면에서 보자면, 나중에 관련 강연이나 책으로 엮어 출판하게되면 더 넓은 범위에서 내 강좌를 전달할 수 있게된다. 영상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확장 가능성! 가령, 책의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기 vs 영상의 강좌를 책으로 만들기. 어떤게 더 쉽고 유연할까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원본이 영상이고 책으로 멀티유즈가 될 때 확장 가능성이 높다.


네번째 이유는 재미다. 보통의 사람들은 누가 유튜브를 시작한다고하면 대번 광고수익부터 말하려고 든다. 물론 돈은 중요하고 돈은 필요없다는건 대부분 거짓말이다. 하지만 유튜브 자체를 시작할 때에는 돈을 보고 하게되면 쉽게 지친다. 전업으로 하는게 아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수익을 얻는건 지금으로선 불가능하거나 수익이 난다고해도 소액일 뿐이다. 한마디로 유명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돈 안된다. 한정된 주제인데다 시작한지 오래지 않은 새싹 유튜브 채널에 조회수가 나와봤자 얼마나 나오겠나.


돈 보다는 재미로 하게된다. 내가 알고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건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다. 또한, 강좌를 만들려면 나도 해당 분야를 깊게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재미도 있다. 뭔가를 가장 빠르고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그걸 누군가에게 가르쳐보면 된다. 


다섯번째 이유이자 마지막 이유는 트렌드 갈아타기다. 요즘 대세는 누가뭐라고해도 동영상이고 동영상의 대표주자는 역시 유튜브다. 늦게 진입하면 늦게 진입할수록 그곳에서 원하는걸 얻는게 어려워진다. 나는 블로그할때도 그랬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시작할 때도 그래왔다. 남들보다 빨리 시작해야하고,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려면 그 매체가 향후에 얼마나 인기가 있어질지에 대한 판단이 서야한다. 


매체에는 가능하면 빨리 진입할수록 좋다. 시장선점 효과는 너무나도 강해서 정말 뛰어난 후발주자가 있지 않은 이상 순위가 잘 안바뀐다. 인기있는 글은 매번 인기있고 인기없는 글은 매번 인기없는, 말하자면 콘텐츠 분야의 빈익빈부익부가 일어나는 것이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


맛집에는 항상 사람이 많지만, 새로 오픈한 가게에는 파리가 날린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게 정상이다. 유명 맛집에서는 3시간도 웨이팅을 하지만, 일반 가게에서는 10분만 음식이 늦게나와도 욕을 퍼붓는게 고객이다. A라는 가게와 B라는 가게가 있을 때, 어디 음식이 더 맛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A와 B가 얼마나 더 브랜딩 되어있는지(그러니까 얼마나 더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맛있는 콜라가 정말로 맛있는게 아니고, 맛있다고 알려진 콜라가 더 맛있다.


요즘 집에서 백수로 노는 내 친구도 블로그를 깨작깨작한단다. 블로그는 이제 너무 흔해져서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곧 아무도 하지 않아도 관계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계정을 만들고 시작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빨리 진입한만큼 어떤 분야(아무리 작은 분야라고 하더라도)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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