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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Mar 18. 2019

콘텐츠의 스타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콘텐츠가 뭐예요?

콘텐츠는 내용을 뜻한다. '그게 도대체 뭐야?'다. 주제를 뜻할 때도 있고 내용 전체를 뜻할 때도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사람이 만들어내는 창작활동의 결과물이 바로 콘텐츠다. 산업별로는 출판(책), 사진, 미술(그림), 게임,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이 있고 여기에서 또 캐릭터, 스토리 등으로 세분화된다. 


콘텐츠는 OSMU(One Sourse Multi Use)가 가능해서 하나의 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 시리즈는 소설책과 영화, 게임, 장난감 등으로 확장된다. 뽀로로는 애니메이션에서 책, 캐릭터 인형과 각종 상품에서 볼 수 있다. 


과거의 콘텐츠는 소수의 전문가 집단만이 제작할 수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아무나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언론 기자 시험은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고 영화나 음악은 말할 것도 없었다. 기타 실력이 수준급이어도 음반 제작사의 눈에 들지 못하면, 대중에게 음악을 들려줄 방법은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이 게임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해줄 판매사가 없으면 말짱 꽝이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콘텐츠 업계는 불판 자체가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여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다. 프로듀서는 사운드 클라우드, 글쟁이는 개인 블로그나 SNS에서, 사진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동영상은 유튜브, 게임은 앱스토어를 이용해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알릴 수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는 나에게도 해당되지만 다른 이에게도 해당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무수히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스파링을 해야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콘텐츠가 발굴되고 가격은 더 저렴해지므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는건 더 많은 소비자가 콘텐츠 산업으로 몰려드는 결과를 낳는다. 과거에 음악 앨범 하나는 1만 원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음악을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들으면서도 9천 원만 내면 된다.


콘텐츠가 곧 특색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경쟁자가 많다는 뜻은 평범함으로는 승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어야만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콘텐츠의 스타일은 한글로 바꾸면 '형식'이다. 하지만 형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어렵고 혼동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스타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콘텐츠는 사람이 자신만의 창의력과 집중력, 상상력 등을 총동원해서 제작하는 객체다. 현재 기술로서는 오직 사람만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소설을 쓰는 로봇이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지만, 아직 주목할만한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콘텐츠는 사람이 만드는 특성상 그 사람만의 매력이 드러나게 된다. 콘텐츠를 만들면 만들수록 스타일은 강화된다.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자주 만들수록 스타일은 다듬어지고 정교해진다. 


내 사진을 자주 보는 SNS 구독자분들은 그 특정한 시점과 포커스, 색감에 익숙해져 있어서 다른 곳에서 내 사진을 봐도 누가 찍은 것인지 금방 알아차린다고 한다. 이건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만드는 사람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흐름이 있어서 제작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콘텐츠 스타일만으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가 있다. 익숙한 사람의 향기 같은 게 콘텐츠에서 나타난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글을 포함한 모든 콘텐츠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항상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애물단지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가 더 이상 발전을 할 수 없다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 이건 마치 영원의 삶을 살 수 있게 되면(죽지 않게 되면), 인생이 무료해지는 것과 같다. 


현재 자신의 스타일이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뜻은 바꾸어 이야기하면 더 발전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채워나가야 하는 공백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 공백을 스타일로써 채워나가면 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는 것은 꼭 나르시시즘이 아니라고 해도 매력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렵지만, 도전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한 번 굳어진 스타일은 잘 변하지 않는다. 고객이나 독자들은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이지 단순 메시지를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똑같은 이야기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야말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밧줄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짬뽕 같은 스타일은 가장 경계해야 할 콘텐츠 제작 방식이다.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참고하고 따라 하려는 시도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계속 그 사람을 따라 해서는 아류밖에 되지 않는다. 참고는 하되 언젠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야 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제작 방식, 그러니까 자신이 글을 쓰는 방식이나 사진을 찍는 방식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콘텐츠 제작자 중에는 경험이 충분한데도 다른 사람을 계속 따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콘텐츠에 자신감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따라 하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내 콘텐츠가 실패한건 내 잘못이 아니라 내가 따라한 저 사람 잘못이거든!"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걸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면, 우리는 좀 더 구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적어도 자기 자신은 만족하는 콘텐츠, 즉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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