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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Apr 11. 2019

크리에이터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믿는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은 자기 주장이 명확해야한다. 때로 반대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어야한다. (합리적인 피드백을 깡그리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전문가의 의견은 항상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이의 감정적인 피드백은 글쎄...)


사람의 생각은 다양하고 그 다양성이야말로 문명을 발전시키는 요소다. 콘텐츠 제작자가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반대 주장을 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 근거가 명확한 사실에 조차 반대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의견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으며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증명이 불가능한 무언가를 제시하고, 당신이 그걸 증명할 수 없다면 나의 주장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틀리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범죄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대보시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독자들의 반대 피드백에 스트레스를 받고 콘텐츠 제작을 포기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을 너무 신경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심지어 자기 자신도 만족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A처럼 만들면 사람들은 B처럼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래서 B처럼 만들면 기존에 A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다시 A처럼 만들어달라고한다. 그래서 C처럼 만들면 이제는 A와 B 전체가 안티가 된다. 그 어디에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물은 없다. 코카콜라에서는 콜라가 살 찐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설탕을 뺀 콜라를 출시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기존 콜라 맛을 선호한다. 콜라는 맛으로 먹지, 살 뺄려고 먹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강력하게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없는 사람은 콘텐츠 제작자로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보조 역할이 더 알맞다. 소위 말하는 '마이웨이'일 때 콘텐츠는 빛난다. 강력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려면, 본인의 신념에 대해 굳건한 믿음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그걸 끝까지 지켜내야한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철옹성 같은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자기 콘텐츠를 자기가 믿지 못하는데 누가 믿어주겠는가?


일반적으로 대중은 본인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잘 모른다. 사실 콘텐츠 제작자도 스스로를 100% 다 이해하고 있진 않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잘 모른다. 아이패드가 처음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큰 화면이 필요하면 노트북을 쓰고, 작고 가벼운게 필요하면 아이폰을 쓰면되지 그 중간에 있는 태블릿을 누가 쓰냐고 비아냥거렸다. 오늘날 아이패드 사용자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본인이 만들고싶은 콘텐츠가 아니라 다른 사람 입맛에 맞춘 콘텐츠를 만들다보면 3개월안에 번아웃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는 이게 가장 큰 문제다. 항상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만든다면, 다양성은 사라지고 창의성은 쓸모가 없어진다. 유행은 돌고돈다. 뉴트로가 요즘 인기인 이유다. 콘텐츠 제작자라면, 본인만의 개성을 나타내어 다수들 중 일부가 아니라 소수의 구독자만 있다하더라도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백미가 되는편이 훨씬 낫다. 


태생적으로 입이 짧아서 냉면 한 그릇도 다 못먹는 사람이 먹방 유튜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자신과 비슷한 입 짧은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주제로 삼는게 생산적이다.


우리가 쓰고 싶은 글을 못쓰는 이유, 우리가 원하는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는 이유, 우리가 원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못만들어내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무엇무엇을 못하는 이유. 이 중 대부분이 다른 사람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라면, 왜 다른 사람 때문에 나의 창의력이 제한되고 콘텐츠 제작 방향이 바뀌어야하는가? 


당신의 콘텐츠가 별로 인기가 없다면, 벌떼처럼 달려와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훈수를 듣게 될 것이다. 이때 휘둘리면서 포기하느냐, 아니면 굳건하게 자신의 방향을 지켜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시간이 지난 뒤, 당신의 콘텐츠가 상당한 인기를 얻게 된다면, '이렇게 저렇게 해라'는 훈수는 사라질 것이다. 당신이 그 분야에 전문가이고 인기가 상당한데 누가 감히 훈수를 둔단말인가? 당신이 바둑 초보라면 오만가지 피드백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이 오겠지만, 당신이 이세돌이라면, 바둑에서만큼은 훈수를 듣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사소한 의견에 휘둘릴만큼 자기 콘텐츠에 신념이 없다면, 아예 콘텐츠 제작에서 손을 떼는게 낫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당신이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든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욕을 먹는다. 열린 마음으로 피드백을 환영하는 한편으로 너무 다른 사람 의견에 신경쓰지도 않는, 말하자면 해탈하는 마음가짐으로 콘텐츠를 만든다면 훨씬 오래도록, 그리고 만족스러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욕 먹는걸 무서워하지 마시길. 어쩌면 그 사람도 내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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