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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May 06. 2019

창의성은 실력에서 나온다

일단은 실력이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차별화 포인트,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독자와 고객을 사로잡는 전략적 창의성은 실력에서 나온다. 아이디어만으론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실력을 갖추는 게 최선이다. 


실력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종잡을 수 없는 개념이다. 도대체 어떤 게 실력이란 말인가?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실력이란 무엇일까? 여기에서 말하는 실력은 직간접 경험, 자료, 필터링된 데이터들, 실제 행동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무엇을 총칭한다. 



일단은 실력이다


당신이 나보다 잘, 재미있고 독특하게 글을 쓰고 싶다면 우선은 나만큼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당연한 흐름이다. 당신이 베토벤보다 더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다면, 베토벤 정도 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일단은 있어야 한다. 실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색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다. 


여기에 작은 그릇이 하나 있다. 이 그릇에 조금씩 물을 붓는다. 계속 물을 부으면 그릇은 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물이 들어오면, 결국에는 그릇에서 물이 넘치게 된다. 이 물이 넘치는 현상이 바로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그릇은 우리 자신이며, 물은 경험과 실력이다. 


사회적으로 칭송받는 창의성이지만 우리 생각과는 다르게 창의성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다. 전통적인 클래식이 옳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어떤 신조어를 만들어내도 'X발'보다 더 유행할 수 있는 욕을 만들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창의성은 마라톤 경쟁과 같아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진화시켜야 하는 어떤 생물과도 같다. 특정 시기에 창의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물거품 될 아이디어로 전락할 뿐이다. 


브레인스토밍과 전략회의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이 10명 있다면, 아이디어도 10개가 있는 셈이다. 그 모든 걸 다 수렴하다가는 배가 산으로 가게 된다. 현실화할 수 있는, 명백한 이유를 동반한 아이디어만이 유효하다.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아이디어는 곧 창의성이고 이걸 하려면 경험과 실력이 있어야 만한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주로 그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창의력은 애초에 나오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극소수가 아닌 이상 실력 없이 창의력을 발휘할 순 없다. 피아노 치는 방법도 모르면서 자신만의 연주 스타일을 정립할 순 없는 법이다.



정말로 창의력이 부족한 걸까?


사람들은 흔히 착각한다. 자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창의성이 없어서라고. 하지만 현실은 정확하게 반대다. 일이 안 풀리는 건 실력이 없어서 다른 것과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로 분리된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현상이다. 즉, 연결성을 지닌다. 배타적이지 않다. 


어떤 분야에서 돈을 벌고 일을 하든 우리는 항상 공부해야 하고 자기를 계발해야 한다. 관련 분야의 책을 읽는 건 좋은 공부 방법이다. 다른 매체와는 다르게, 책은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그러나 책에서도 창의력 자체가 나오진 않는다. 실력을 갖춘 상태에서 여러 가지 경험이 부딪히며 스파크를 일으킬 때, 현실화가 가능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번뜩 떠오르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콘텐츠의 창의성은 결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결과가 형편없다면, 창의성이 없다는 몰매를 맞을 것이다. 특출 나게 창의적이지 않은 작업도 결과가 훌륭하다면, 매우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창의성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현상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는 형태로 자주 일어난다. 스마트폰은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조합이고, 불닭볶음면은 기존보다 좀 더 매운, 하지만 맛있는 라면이다. 


사람들은 색다른 걸 선호한다고 말하면서도 익숙한걸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훌륭한 결과를 내는 콘텐츠의 기초 기획 포인트는 '익숙한 건 색다르게 만들고, 색다른 건 익숙하게 만든다'다. 


창의성은 실력에서 나온다. 텅 빈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굳은살 없는 손과 발, 편안하고 쥐 난 적 없는 엉덩이와 허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창의성은 고통을 동반하는 무서운 존재다. 고통 없인 실력 없고, 실력 없인 창의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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