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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Jul 22. 2019

돈은 행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불편함을 줄여준다

돈은 행복을 주지 못할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야말로 곧 행복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있다. 하지만 돈 자체가 행복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돈은 말 그대로 그냥 돈일 뿐이다. 돈은 쉽게 이야기하면, 그냥 숫자가 적힌 종이에 불과하다. 


나는 30살이 넘으면서부터 돈이라는걸 조금씩 숭배하게 되었다. 돈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다. 나는 요즘 매일 2시간씩 밤에 독서를 하고있다. 60일을 하면 습관이 된다기에 60일 넘게 했는데도 매일이 귀찮고 '오늘 하루만 쉴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예전에 하루에 30페이지씩 독서할 때 독서노트니, 독서 가계부니 뭐니해서 겉멋만 들어있었다. 요즘에는 하루에 50~100페이지를 읽는데도 인스타그램에 책 표지조차 올리지 않는다. 


돈이 무서운 이유는 싫어하는 일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돈은 행복을 주지 않지만, 불편함을 줄여준다. 그래서 어느정도의 돈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 모두 엄청난 부자가 되자고 제안하고 싶은건 아니다. 나는 현재 그렇게 부자가 아니며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어느정도의 돈이 없으면 아주 불편해진다는 사실 뿐이다.


나는 젊은시절 중고 냉장고를 산적이 있다. 크기는 필요 이상으로 컸다. 고장나기 직전의 냉장고를 잘못 골랐는지 산지 몇 달만에 뒤에 모터돌아가는 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드르르...드르르.... 디리리릭... 디리리릭. 소리는 점차 커졌고 도저히 참기 힘든 상황까지 왔지만 나는 버텼다. 오래된 중고 냉장고는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그때 가진 돈 몇 만원 정도였으면 또 다른 중고 냉장고 하나를 살 수도 있었다. 근데 나는 그렇게하지 않았다. 돈을 쓰는 법을 몰랐다. 중고 냉장고 가격으로 술을 먹은적은 많았다.


당시에 같이 낮잠을 자던 여자친구는 시끄러운 냉장고 소리에 잠을 깨서 나를 심하게 꾸짖었다. 나는 그때에도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돈 쓰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돈을 버는법도 몰랐다.



내가 해석하는 경제적 세상은 돈을 써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쪽이다. 단, 돈을 잘 써야한다. 예를들어 당신이 연봉인상이나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고 싶다면, 적절한 자격증 하나 정도는 갖춰야 할 것이다. 혹은 토익 점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학원에 등록하거나 책을 사야할것이다. 또 공부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공부에 필요한 펜이나 공책, 저녁 밥값 정도는 써야만한다. 도서관에서 공부한다면, 도서관까지 가는 차비도 지불해야한다. 시험 응시료는 당연히 내야한다.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다듬고 새로운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다른 사람(예를들면 그 분야의 선배)에게 뭔가를 물어보기 위해서 커피값 정도는 내야한다. 점심 식사값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쓸데없는 지출이 아니다.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아주 수익률 좋은 '투자'다. 돈을 잘 쓴다는건 바꿔이야기하면 투자가 되어야한다는 뜻도 된다. 투자가 되려면, 그 돈을 쓴 행위를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어야한다. 이 뭔가를 얻는건 당장 얻을 수 있는것도 있지만, 아주 먼 미래에 얻어지는 것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내 책상 뒤에는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만한 책들이 잔뜩 쌓여있다. 거의 대부분 내가 구매한 책들이다. 나는 돈이 없을 때에도 책을 사서 보았다. 애착이 더 가고, 돈이 아까워서라도 그 책을 계속 읽게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게으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를 교도소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되는 규율과 루틴 속에 가두지 않으면, 금세 흐트러지고 엉망진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냉장고가 고장났을 땐, 전문가를 부르면 소액의 금액으로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조용해진 시간을 이용해 나는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되는 것이다. 돈을 써서 돈을 벌어야한다. 나는 어린시절 그걸 몰랐다. 그래서 많이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란다.


나는 특정분야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비교우위라는것을 배웠다면 전문성이 곧 돈이 된다는걸 알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는 전문가들에게 주는 돈을 굉장히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식사회, 지식콘텐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뭔가를 도와주는 행위, 필요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행위, 이를테면 포토샵 디자인을 해주는 행위는 무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무료이면서 좋은건 현실 세상에는 거의 없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어떤것에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된다. 


돈과 행복의 연계성은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불편함을 줄여준다는점은 명백하다. 지금 우리집 냉장고는 365일 24시간 돌아가는데도 아무런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냉수 한 잔을 꺼내 먹었더니 이가 시릴만큼 시원하다. 이게 행복인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 조용한 분위기에서 나는 뭔가를 한다. 쉴틈없이 드르륵 소리를 토해내는 냉장고를 옆에 둔 상태에서는 집중하기 어렵고 집중할 수 없으면 성과를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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