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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Nov 20. 2019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왜 이렇게 없을까?

콘텐츠 제작의 가장 큰 장애물은 어려움이 아니라...

콘텐츠라고 하는것은 불과 얼마전까지만하더라도 대형 콘텐츠들 위주였다. 예를들어 TV 방송이나 드라마, 영화, 책, 머천다이징 상품들 등... 혼자서는 시도할 수도 없고 시도해서도 안되는 것이 바로 콘텐츠의 영역이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장비들이 보편화되고 저렴해지면서 1인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이제는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만큼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고 실제로 1인미디어가 제작한 콘텐츠들이 대형 콘텐츠들보다 더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콘텐츠 제작자, 특히 1인미디어 환경에서 1인 크리에이터의 비율은 어느정도 될까? 얼마전, 나우앤서베이에서 조사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https://www.nownsurvey.com/board/hotissue/view/wr_id/111/ptype/all/stx/) 전체 인원 중 약 7.6%만이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나머지 92%는 콘텐츠 소비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계산하기 쉽게 10% 정도라고 하자. 전체 인원의 10% 정도만이 콘텐츠 제작자다. 이 10% 중에서 실제 취미 이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는 아마도 50%(전체의 5%) 정도 될 것이고 또 이 나머지 50% 중에서 1년뒤에도 활동할 사람은 대략 30%~10% 정도 될 것이다.(전체의 2% 정도). 쉽게 말해서 100명을 줄을 세운다면, 그 중에서 딱 2~5명 정도만이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한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폰만으로도 얼마든지 쉽게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유튜브가 대세를 타고 있는 오늘날에도 왜 이렇게 크리에이터는 많지 않을까? 내 결론은 '콘텐츠 제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이 어려움에는 귀차니즘이 더 큰 장애물이다.


콘텐츠 제작은 기본적으로 프로덕션의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기획단계(프리 프로덕션) - 제작 단계(프로덕션) - 마무리 단계(포스트 프로덕션)로 나뉜다. 1인미디어는 이 모든 단계를 혼자서 해결해야한다. 대형 프로덕션에서는 각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해도(기획), 제작 실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게 된다. 콘텐츠 제작 실력이 훌륭하다고해도 기획력이 없거나 마무리(포스트 프로덕션)를 할 수 없다면 역시 콘텐츠 제작은 어렵다. 



일반 사람들의 머리에는 '콘텐츠 제작이란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리고 이건 얼추 들어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 자체의 난이도보다는 귀차니즘의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게 나의 결론이다. 


'콘텐츠 제작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 왜 구태여 콘텐츠라는 이름도 모호한 분야에 내 시간을 써야할까? 내일 하지뭐. 아니면 내년에 하던가. 에라잇. 다 귀찮고 그냥 누워서 유튜브나 볼래.'


여러 회사 대표님들을 비롯해서 다양한곳들로부터 콘텐츠 제작을 꽤 할 줄 아는 친구를 소개 좀 해달라는 연락이 왕왕 온다. 스카웃 제안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괜찮게 콘텐츠를 제작하는 친구가 많지가 않다.(사실 거의 없다.) 나이불문이다. 젊다고, 어리다고 반드시 콘텐츠 제작을 잘하는건 아니다. 콘텐츠 제작 분야는 여전히 일자리가 많다. 실력이 없는게 문제다. 아직도 '회사에 들어가서 일 배워야지'란 생각을 갖고 있다면, 콘텐츠 분야는 포기하는걸 권한다.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없으면 치열한 콘텐츠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나 컨설팅에서 자주 겪는 재미있는 일이 있다. 요즘 학생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디지털 자료와 활용에 대단히 익숙하며 관련된 지식이나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이해도도 높다. 그래서 얘기를 나눠보면 정말 멋진 작품들이 나올것같고, 실제로 본인들도 그렇게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그러나 실제 작품을 만들어오라고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왜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걸까? 그것은 머리로 알고있는것과 실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건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편집도 실제로 제작을 해보면 사소하지 않다는걸 알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콘텐츠 제작자보다는 콘텐츠 소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겠다. 학생들의 이해도와 지식은 꽤나 높은 수준이고 전체적으로 훌륭하며 아이디어도 좋은 편이지만, 이걸 실제로 구현하는건 다른 문제다. 중요한건 지식과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 구현했을 때의 결과물, 즉 콘텐츠다. 예를들어 영상 촬영방법을 이론적으로 알고있는것과 실제로 영상을 촬영하는건 아예 다른 내용이라고해도 좋을만큼 난이도 차이가 난다.


콘텐츠 제작은 어떤 분야든 이론과 감각을 겸비해야하는 일이다. 이론만 알아서도 안되고 감각만 있어서도 안된다. 여기에 추가로 경험이 뒷받침되어야하며 적어도 관련된 주변 사업 환경이나 업무 프로세스를 알고 있어야한다. 공부할게 태산이다. 



학교 공부는 콘텐츠의 주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콘텐츠 제작 자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것도 아니며 당장 콘텐츠를 만든다고해도 돈이 들어오는, 말하자면 직관적인 이익이 뒤따르거나 급박한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공부이기 때문에 포기하는것도 쉽다. 대충 며칠 혹은 몇달정도 해보다가 재미없으면 때려치우면 그만이다. 여러분 주변에서 유튜브에 도전했다가 몇 개월만에 그만둔 사람을 찾는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현대인들은 대단히 바쁜 일상을 보내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절대 시간'이 이름 그대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짧은 글이라도 제대로된 글 한편을 마무리하려면 못해도 1시간 정도는 여유시간이 있어야한다. 사진은 더 오래 걸리고, 동영상은 훨씬 오래 걸린다. 아무런 이익도 없는 콘텐츠 제작 따위에 바쁜 일상을 쪼개서 시간을 투자하느니 그냥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게 훨씬 쉽고, 재미있으며 시간도 잘가고 덜 피곤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기회를 찾아야한다. 위험과 기회는 보통 함께 움직인다. 사람들이 귀찮아서, 힘들어서, 어려워서 안하는 것들이라면 내가 해보면 어떨까? 이곳은 블루오션이며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다시는 만나지 못할, 하늘이 내려준 절호의 찬스일지도 모른다. 유튜브가 레드오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전체를 100명으로 봤을 때 많아도 10명만이 활동하는 무대가 레드오션이 될 수 있을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특출난 주제와 탤런트, 그리고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유튜브가 아니라 그 어떤곳도 레드오션이며 반대로 그러한것들을 갖췄다면 어떤곳도 블루오션이다. 콘텐츠 세계는 그런 곳이다.


사람들은 아주 당연한걸 잘 못하는 경향이 있고 나 역시도 그렇다. 예를들어 독서가 좋다는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독서 비중은 아주 낮은 편이고 누군가는 1년동안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는다. 운동이 좋다는걸 모르는 이가 있나?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운동을 잘 안할까? 귀찮고 힘들고 재미없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도 똑같다.


자기가 만들고 싶을 때만 만들어 올리는건 콘텐츠가 아니라 그냥 결과물이 있는 취미일 뿐이다. 이런 매체는 6개월안에 반드시 거미줄이 쳐진다. 


전체 인원의 5% 정도라면, 아주 좋은 기회의 장이 아닐까? 콘텐츠 제작이 항상 재미있거나 즐겁다는 생각은 아주 큰 착각이다. 당신이 크리에이터가 되고싶다면, 과거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은 격무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궁금해해야한다. 


사람들이 '포기'를 얼마나 쉽게 하는지 알게된다면, 아마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콘텐츠 제작 분야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기회의 장이며 블루오션일 수 밖에 없다. 소비하는 사람은 많고 만드는 사람은 드문 곳. 수요공급 논리가 비정상적으로 보일만큼 수요가 압도적인 곳. 어쩌면 평생동안 두번다시 만나지 못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콘텐츠 제작은 어려운게 아니라 오히려 대단히 간편하다. 단, 귀찮음을 이겨낼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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