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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Apr 27. 2020

모두가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

요즘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프로필 사진 찍기, 자기 소개 영상 만들기 같은 간단한 콘텐츠 제작을 숙제로 내준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부모님이 거의 대부분 처리해주는 것 같지만, 어쨌든 아이들에게 콘텐츠라는 것에 대해 익숙해질 수 있는 방향이라면 장기적으로 볼 때 훌륭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는 이제 우리와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다. 콘텐츠는 직역하면 내용이다. 그러나 해석을 곁들이면 창의력이 된다.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에서 단순 반복적인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카운터나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무인주문기가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키오스크는 대부분의 일자리에 침투해있고, 가속도가 붙어서 이제는 말릴 수 없다. 아주 옛날에 치킨집에는 전화 주문만 받는 직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리에 포스기가 앉아있다.


이제 콘텐츠는 우리 바로 곁에 와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도 여러번 콘텐츠를 접한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스마트폰이나 SNS에서,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TV에서, 집에 걸린 디지털 액자에서. 


코로나 19 사태로 외출에 방해를 받으면서 콘텐츠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인간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어떤 일만이 사람이 할 수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최근에 SNS를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원래대로라면, 예전에도 시간을 쪼개서 시작했어야했던 일이다. 


정보화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콘텐츠로 대표되는 오늘날은 거스를 수 없기는 커녕 이미 문화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콘텐츠를 세련되게 만드는게 어려울 뿐이다.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간단한 일기를 쓴 다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면 10분만에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된 셈이다.  일기를 깔끔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쓰는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해도 누구나 일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일기를 쓰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은 콘텐츠에 포위된 일상을 보내면서도 정작 본인은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보고 평가하고 비난하는건 매우 쉬운 일이지만, 콘텐츠를 만드는건 처음부터 머리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콘텐츠 소비자에 비해 콘텐츠 제작자는 수가 매우 부족하다. 여기는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사람들은 어떤곳이 레드오션이라는 이유만으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예를들어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는 이유는 유튜브가 레드오션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동영상 기획이나 영상 촬영, 혹은 영상 편집을 공부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지 않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낡았거나 카메라가 없기 때문이다. 절대로 사진에 대해 공부하거나 색감과 보정을 연습하는게 귀찮아서가 아니다. 


과거에 무언가를 만든다는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가령, 여러분이 옷을 만들려면 바느질과 옷감에 대해 잘 알아야한다. 김치를 만드려면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레시피까지 모두 알아야한다. 김치를 맛있게 만드는건 더욱 어렵다. 


콘텐츠는 상상 속의 무엇을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변환하여 만드는 작업이다. 실물이 있는 김치를 만드는것도 쉽지가 않은데 하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머릿속 이미지를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건 얼마나 어려울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콘텐츠를 만드는건 김치 만들기에 비해 매우 쉽다. 역사상 지금처럼 뭔가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는 없었다. 글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유치원 숙제로 만든 프로필 사진은 아이들이 SNS를 시작하면 프로필 사진으로 이용될 것이다. 숙제로 만든 자기소개 영상은 유튜브나 틱톡에 업로드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사진을 찍은 사진 작가에게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본다면, "그냥 찍으면 돼요"라는 답이 되돌아 올 확률이 높다. 이건 마치 수능만점자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어이없는 상황과 같다. 그러나 그 작가는 정말로 그냥 찍었을 뿐이다. 콘텐츠는 원래 그런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비싼 카메라나 최신형 스마트폰이 아니라 용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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