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아름다운 꽃이 피고 날씨도 좋아서 계절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죽음의 계절이었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야했으니까.
5월이 되기 전,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의 일정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금방 끝날줄 알았던 이 사태는 꽤 오래 갔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출은 그대로인데 수입이 막히니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배길 재간이 없지 않은가. 계획해두었던 많은 일들이 엉터리가 되어버렸다. 공과금과 카드값, 대출과 이자 납부는 나를 압박했고 나는 점점 더 조급해졌다.
여유 시간이 있었던 까닭에 새로운 일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보았다. 몸에 안 맞는 옷을 입는것 같았지만, 어떤식으로든 되도록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는 최선의 전략과 최고의 시나리오로 도전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나는 나를 죽였다. 자존감은 떨어졌고 의욕도 상실. 무자비한 봄을 보내면서 나는 점점 더 우울해졌다. 그러다가 5월이 됐다.
카메라가 고장나서 속을 썩이더니 어느날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차가 박살나기도 했다. 마치 뭐라도 씌인것마냥 나는 점점 더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법한 일들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질러버리는 나를 발견하기 일쑤였다. 그러면 이제 잠이 안오기 시작한다. 온갖 잡생각으로 머리는 복잡하고 몸에는 기운조차 없었다. 잠이 부족하니 뭐 하나 집중하기도 어렵고, 그러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악순환이 된다.
나는 이번 5월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제 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적이 드물었던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못하는 부분과 잘하는 부분, 하고싶은 부분과 하기싫은 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로 얽힌 이들과 다양한 트러블이 있었지만 이겨내야 했고 그렇게 했다.
하나씩 정리하면서 나는 어떤 깨달음을 얻은 종교인처럼 머릿속에서 뭔가 번뜩!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래 이거야!'를 생각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있었고 너무 많은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신경써야할 부분들을 정리했더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고 완벽하진 않지만 의욕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때로는 하고싶은 말을 허심탄회하게 하고 남을 신경쓰지 않고 지시하는게 필요하다. 리더에겐 더 그렇다. 아주 작은 그룹을 운영하는 리더라도 말이다.
기분 좋은 피곤함과 알찬 하루를 보낸뒤 느껴지는 기쁨을 못느끼던 몇 개월이 지났다. 5월은 정말 지옥같았지만 그 지옥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뭐가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도 불명확하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을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일들 중 몇 가지에서 꽤나 큰 실패를 맛보았고,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여러가지를 많이 배우고 느꼈다.
한가지 잘한 일이라면, 도전해봤다는 것이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일단 해봤다는것에 나 자신을 칭찬해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확실하게 느낀 한 가지는, 지금까지 내가 잘해왔던 분야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을 얕잡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애인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 그런 상황처럼 말이다. 항상 있어서 고마움을 모르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해준게 코로나 19라면,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나에게 잘 맞는 것이었는지에 대한걸 알게해준게 2020년 5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