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일

꿈을 현실로 만들기

by 남시언

요즘 내가 하는 업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들을 눈에 보이는 현실로 바꾸는, 마치 연금술사 같은 멋진 일이다. 나는 요즘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만화로 바꾸고, 후기를 적고,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후기나 콘텐츠 편집, 그리고 업로드 같은 경우에는 콘텐츠 제작보다는 큐레이션에 가깝다. 큐레이션은 어떤 대상이 특정 인물의 손을 거쳐 콘텐츠로 재탄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시나리오, 후기를 바탕으로 한 추천성 콘텐츠, 마케팅 등이 있다.

똑같은 객체라도 누가 손대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진다. 같은 사과를 보고 두 사람이 글을 쓰면 두 개의 전혀 다른 콘텐츠가 나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입술을 바라보며 앵두라고 이야기하는 축이 있고 붉은 장미 같다고 이야기하는 축도 있다. 그 이야기의 출발점은 그 사람의 경험과 생각에 기인한다.

콘텐츠와 관련된 모든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아이디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편집과 요약 자체가 큐레이션의 일종이므로, 콘텐츠 제작자들은 편집 요약된 내용보다는 원형 그대로의 소스를 선호한다. 그래야만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독특한 세계관을 콘텐츠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잘 꾸며진 신축 전원주택보다는 아무도 살지 않는 60년 된 폐가에서 더 많은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다.

콘텐츠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갖는다. 내가 주력으로 큐레이션 하는 건 맛집이나 음식과 관련된 콘텐츠다. 보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가장 반응이 좋다. 잘 제작한다면, 실제 맛보다 200% 이상 맛있게 보이도록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맛이라고 하는 것은 주관적인 부분이지만 사실은 뇌와 관련이 있다. 뇌는 맛있는 음식보다는 맛있다고 알고 있는, 혹은 맛있다는 걸 추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음식을 훨씬 맛있게 느낀다. 음식뿐만 아니라 상품이나 여행지도 같은 맥락이므로 마케팅에서의 큐레이션은 더욱 중요해지고, 맛깔난 큐레이션을 선보일 수 있는 사람에겐 일감이 몰린다.

낚시꾼은 수면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 물 속을 상상하며 미끼를 던진다. 아이디어는 상상력에 기반을 둔다. 상상력은 없는 걸 보는 힘이다. 없는 걸 보려면 좀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더욱 많이 보고, 느끼고, 접해야 한다. 독서와 여행은 크리에이터들에겐 아이디어의 샘물과도 같다.

얼마 전, 친구와 단둘이 소주를 마시면서 나누었던 이야기의 주제는 ‘과연 책을 읽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였다. 본질적으로 읽는다는 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므로 요약 정리된 책을 보는 게 책 전체를 읽는 것보다 더 낫지 않느냐는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내용이 튀어나왔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정답만 외워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생각이 얕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대로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생각이 협소하면 인생도 협소해진다. 그들의 표현은 건조하고, 삶은 아무런 내용 없는 삼류 영화와 다름없다.

내가 만든 콘텐츠들은 내 자식들 같지만 항상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꽤 복잡하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있는 까닭에 생각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고 생각 이하의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다. 육체노동이 아니라 정신적인 노동을 하는 것이므로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콘텐츠의 질도 달라진다. 직접 써내려가는 단어 하나에도 감정은 소비된다. 그래서 시간 관리뿐만 아니라 컨디션과 감정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한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건 습관이라는 측면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전략이다. 매일 아침 6시부터 2시간 동안 글을 쓰는 사람과 시간과 관계없이 아무렇게나 글을 쓰는 사람의 콘텐츠는 품질과 양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일은 매일이 도전이고 모험이다. 내 머릿속의 생각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될 때가 바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때다. 꾸준하게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다 보면, 가지고 있던 꿈도 현실이 된다. 작가의 꿈을 가진 자라면 자기 생각을 계속해서 글로 쓰면 되는 것이다. 미술가라면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음악가라면 생각을 멜로디로,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으로 만들고, 개발자는 프로그램, 시인은 시를 만들어 나가면 된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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