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가 바라본 카카오 브런치

매력적인 글쓰기 놀이터

by 남시언

글쓰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카카오의 브런치는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여기에는 솜씨있는 작가들과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브런치 앱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건 재미있는 휴식이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글쟁이들의 뛰어난 필적을 엿볼 수 있다. 브런치 메인에서 분위기 있는 글을 찾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브런치의 느낌은 한옥처럼 고즈넉하다. 감성글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의 일기만 잔뜩 모아놓은 채널같다. 꼴랑 사진 한 장에 텍스트만 잔뜩 있는 글, 가령 에세이라던지 일기, 그림, 여행에 대한 기록들, 자작 소설이나 칼럼 형태의 글 종류는 블로그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블로그는 검색유입에 치중할 수 밖에 없으므로 보편적이고 키워드 지향적인 텍스트를 적지 않으면 안된다. 블로그에 사진 한 장 없는 일기 따위를 올렸다가는 아무도 보지않는 비공개 게시물이 돼버릴 것이다.


브런치에서는 '무작정 길을 걸었다'라는 제목을 써도 좋지만, 블로그에서는 '경리단길의 매력 8가지'라는 제목을 적어야한다. 브런치는 아직 마케팅이라던지 형편없는 편법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청정지역인 모양이다. 10여년전 티스토리의 검색 결과를 보는 듯 하다.


물론 티스토리도 그렇지만, 브런치의 게시물도 다양한 곳으로 송출된다. 요즘에는 다음에서 보는 뉴스 하단 '인사이드'에도 노출되고, 카카오톡 검색이나 카카오톡 채널에서의 유입도 눈여겨볼만하다. 다양한 곳에 노출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글쓰는 사람은 그저 자신이 원하는 글만 계속 쓰면된다. 티스토리처럼 HTML/CSS를 공부하거나 '블로그 방문자 늘리는 법'따위를 검색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카카오가 티스토리라는 매력적인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별도의 브런치로 분리한 것은 브런치만의 특색 때문일 것이다. 브런치는 작가들이 주로 활동하는 무대이며,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거기에 1년마다(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기회를 매칭해둬서 승부욕을 자극한다. 가장 좋은 것은 구독자나 글쓴이 모두가 '일반 대중'이라기보다는 '글' 또는 '책'과 관련된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어서 브런치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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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브런치에 글을 쓰긴하지만 집중적으로 참여하는건 아니다. 여전히 브런치보다는 블로그에 좀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주력은 블로그고 브런치는 그저 세컨드 정도의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평소에 거의 방치해두다시피 하는데, 활발한 활동을 하는게 아닌데도 구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검색유입도 꽤 된다.


어떤 글을 쓰고나서 그것을 블로그에 올릴지, 아니면 브런치에 올릴지는 고민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껏 블로그에 올리던 텍스트 위주의 글을 이제는 브런치에 올린다. 관리해야할 채널이 하나 늘어나고 그만큼 블로그 방문자 숫자를 손해보는 구조지만, 매체가 분리되고 각각의 매체가 특색을 가지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내 글을 읽는 사람의 총합은 늘어난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엔 하나의 집중된 매체를 운영하는 것보다 채널을 분리해서 여러개 운영하는게 대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 포스트, 카카오스토리, 밴드... 매체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몇 가지 채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게 필요한 시대다.


많은 매체들 중에서도 브런치가 좋은 이유는 오로지 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화려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좇는 시대에 가장 기본적이고 매력적인 것을 다루는 플랫폼. 얼마전에 썼던 '인생에서 바보상자를 빼자'라는 글이 카카오톡 채널과 어디 메인에 걸렸는지 조회수가 상당히 올랐다. 어디에서 유입됐는지 절대링크를 확인하고싶은데 브런치에서는 유입경로를 상세하게 제공하지 않아 아쉽다. 이것만 좀 더 손봐주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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