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걸 얻는 방법

좋아하는 일과 노력의 역설

by 남시언

저는 지난 몇 년간 하루에 6시간 이상 잠을 잔 날을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만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워커홀릭으로 진짜 일만했습니다. 취재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면서 상상을 현실화하는 일이었죠. 마우스는 3개월을 버티지 못했고 기계식 키보드는 1년만에 고장났습니다. 작년에 DSLR로만 10만장의 사진을 찍고 장소는 국내와 해외 가리지 않았죠. 피사체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콘텐츠 소재고 머릿속은 온통 SNS에서 뭔가를 만들어낼 생각 뿐이었던 탓에 많은 것을 얻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포기하는 법을 알게되면 원하는걸 얻는 방법도 알게됩니다.


일만 하다보니 친구 관계나 인간 관계도 소흘해질 수 밖에 없어서 한동안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소수를 제외한 많은분들이 저를 시기질투하고 결국엔 조소를 날렸죠. 망해버릴 것이라는 악담과 저주, '미친새끼'라는 별명과 함께 까탈스럽고 까다로운 이미지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오해와 루머, 거짓으로 얼룩진 소문들은 나중에는 출처도 없이 목적지만 날카롭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왜 저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음에도 정작 제 이야기는 듣지 않는걸까요?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악담과 저주는 보기 좋게 빗나갔고 이제 그들은 저에게 같이 일을 하거나 뭔가를 좀 도와달라고 말합니다. 일(work)이라고 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해야합니다. 조건이 괜찮다면 저는 그 누구와도 일 할 수 있고, 그 반대는 불알 친구여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저는 타지에서 돈을 벌어 안동에서 소비하는 비중이 높고 이 돈에는 심지어 미화 달러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수입구조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지역에서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별명은 이제 자랑거리도 아닙니다. 9년동안 남시언닷컴 블로그에 썼던 3,300개의 포스팅과 수천개의 SNS 게시물, 그 기록이 제 분신입니다. 저와 저희팀은 만들고 싶은걸 만들고 구독자들이 그것을 좋아하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만들었다면 이렇게 꾸준하게 게시물을 만들 순 없었을겁니다. 억지로 하는건 오래할 수 없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이 돈까지 된다면 지치지않고 오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시간가는 줄을 몰라서 새벽까지 일을 해도 짜증이 나거나 한숨이 나오지 않습니다. 끼니를 거르는것조차 익숙하죠. 콘텐츠 결과물만 잘 나온다면 밥 같은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안동맛집지도 팀의 리더가 시간이 없어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입니다. 한편으로 가끔 굉장히 피곤하고 귀찮으며 힘에 부칩니다. 혼자서 하는 일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저는 9년전의 '남시언'과 닮은 지역의 루키들을 찾고 발굴해서 그들과 함께 일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하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립니다. 9년전에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었으면... 하고 항상 바래왔으니까요. 누구에게도 모르는걸 물어볼 수 없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걸 혼자서 해야만하는, 어느날 무인도에 홀로 툭 떨어진 듯한 그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꿈이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실행해보지 못한 꿈이요. 저는 자기계발서적이나 자서전에서 흔히 나오는 말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게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남들에게 강요하고싶진 않습니다. 인생은 자기가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고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삽니다. 하지만 뭔가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극소수입니다. 그들은 지각 직전에 피곤한 얼굴로 사무실에 도착해 웃음기없는 하루를 보냅니다. 대중들은 돈이 전부라는 생각에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근시안적 사고로 소탐대실합니다. 실상은 일에서 능력을 발휘할 때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가능성을 얻습니다. 월급이 30만원 차이난다면 직장을 옮기는게 현명한 선택입니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갖춘 전문가는 30만원을 낮잠자면서도 하루만에 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면 지금 직장같은건 당장에 때려치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복권을 사지 않기 때문에 당첨확률은 제로지만, 만약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더라도 이 일을 계속할겁니다.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되어도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를 자문자답해보면 그 일을 좋아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밥벌이로 만드는건 오래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동반합니다.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공기의 소중함을 우리가 잘 모르듯이 현상에 빠지면 안주하게됩니다. 꿈은 잊혀지고 나중에는 좋아하는 일이 뭐였는지도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을 필요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꿈을 이룬 사람이 당신이 되지말란법도 없죠.


노력해도 안된다는 하소연으로 노력이란 단어가 상당히 평가절하받는 시대입니다만 장담하는데 노력하면 됩니다. 대신 피토하는 심정으로 '존나게' 열심히 해야합니다. 잠 잘거 다 자고, 놀거 다 놀면서 편안함을 포기할줄 모르는 노력이 과연 노력이라 할 수 있을까요? 올해 7개월동안 관심분야의 책을 몇 권이나 읽었나요? '노력해도 좆도 안돼'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키득거려봤자 그때 뿐,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노력해도 안되니까 노력은 필요없어!'라는 문장을, 엄청나게 노력하는 사람이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지어낸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요? 역설적으로 원하는걸 얻는 방법은 포기하는 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저는 TV없는 집에서 산지가 8년 됐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시대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재능기부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