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을 포함하는 세계의 번역 가능성?

<오역하는 말들>, 황석희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images (3).jpg


영화 자막 번역으로 유명한 황석희 번역가의 에세이를 2시간 동안 후루룩 읽었다.

대체로 원문의 '번역'과 피치못할 '오역'이 발생하는 과정을 우리 삶으로 확대해서 '번역'와 '오역'을 메타포로 확장해서 적용하는 어느 전문 번역가의 분투기로 읽히기도 하면서, 우리의 삶의 '오역'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요하는 듯도 하다.


교보문고의 임프린트인가? '북다'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책 디자인이 무슨 사후에 인정받은 제3세계 컬트 소설가의 감춰진 원고를 출간하는 듯, 거창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나에겐 문학 번역가들이 익숙하지만, 이러한 실용(?)이라고 해야 하나, 통역이나 텍스트 번역자가 아닌,


영화, 드라마 번역자를 지칭하는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20년간 수십만 단어를 '입말'에 가깝게 영상 아래 '글쓰기'를 해온 저자의 수련(?),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이 에세이의 문장과 속도감은 정말 뛰어나다는 것이다.


비문도 거의 없고, 숨 가쁘게(?) 숨 쉬듯이 잘 읽힌다. 그리고 재밌다.

1부와 2부 내용에서 영어 번역 사례에 대해 배울 점도 많고, 특히 기타 앰프 'gain'과 'volume' 노브에 관한 지식들은 굉장히 유용하며 적절했단 생각이 들고,


옛날 베스트셀러인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라는 제목을 "깊이를 향한 강박"으로 다시 번역한 부분은 120프로 수긍이 가면서, 지난 문학번역들의 고루한 면모와 현재의 관점에서 재번역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듯해 수긍이 갔다.


한편으론 본인이 원문에도 없는 코미디 드립을 치는 초월 번역가가 아니라, 원문에 나온 코미디 라인을 최대한 살리는 정역 번역가에 가깝다는 항변을 통해, 뭐랄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국 문화-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역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실용적인 글쓰기를 수십 년 해온 역자의 탄탄한 이력에 걸맞게 글들이 짧고 이해가 잘되며, 전달력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왜인지 3부와 4부의 글들은 그냥 빨리 넘어가게 하는, 이야기에 집중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해야 할까. 실제 번역가의 고민과 면모를 드러내는 지점에선 상당한 재미를 느끼는데, 자신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는 부분에서는 인스타 글 같은 소품적인 스케치 정도로만 느껴 저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즉 나 같은 독자는 그의 전문성이 두드러진 글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고, 인간 황석희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점. 그의 글에 드러나는 강한 긍정성은 양면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틀린 것을 바꾸는 것, 독자의 오해를 교정하며 설득하는 면에선 큰 장점으로 작용 하긴 한다.


여하튼 이렇게 출간되는 책을 보면서, 황석희 이후의 세대들은 더 똑똑해진 그런 번역들의 혜택을 많이 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AI가 대세라곤 하지만 이들 전문 인력들이 쌓은 수십 년의 경험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보다 훌륭한 다음 세대들이 더 많이 참가해서 번역가의 전문성과 사회적인 시선들 그들의 환경 요건등이 개선되어 양질의 번역물들이 더 많이 창출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온통 우리를 휘감는 무음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