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부

<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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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찬호께이의 신작 <고독한 용의자>를 빌려서 바로 읽었다.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 처음 작가 사진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마른 체형이라 놀랬다. 나는 몸이 좀 비대한 무라카미 류 같은 터프한 외모를 상상했다고...)


찬호께이의 책은 도서관에서 눈에 띌 때마다 저항 없이 읽었던 편이다.

<13·67>, <기억나지 않음, 형사>, <풍선 인간> 등을 읽었을 때 들었던 느낌은

상당히 탄탄한 실력을 갖춘 작가였다는 점, 그 말은 영미와 일본 범죄 스릴러물을 나름 섭렵했다고 생각한 독자에게도 어필할 만한 무척 신선한 뭔가가 있는 작가라는 뜻이다.

마치, 스칸디나비아 작가들의 음울한 아우라를 지닌 인물이 일본 작가들의 특유의 기괴하고 다소 작위적인 설정 속에서 신바람 나는 페이지 터너 역할을 한다는,


그만큼 믿고 보는,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오락적 요소를 잘 갖춘, 잘 만든 기성품의 완성도를 유지하는 작가가 찬호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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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 <고독한 용의자>는 이전에 그가 발간한 호러나 판타지계열에서 오랜만에 정통파 추리 소설을 다시 시도한 작품이며, 때문에 홍콩에서 경찰이 받는 처우나, 포스트 코로나 이후 사회의 음영들이 적극 반영되어 반갑기는 했지만, 왠지 뭐랄까? 재미면 보다는 조금은 다소 완고한, 책 자체의 완성도에 치중한 느낌이다.


찬호께이의 다른 작품들이 사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번 <고독한 용의자>의 경우, 독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부족을 대부분 반전의 증거로 삼고 있기에, 후반부 50페이지 남겨두고 용의자와 형사의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충실한 추리 요소와 풍부한 해설을 담고 있어서, 이 부분에서는 찬호께이 했단 생각은 드는데, 뭐랄까 메인 사건의 개요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추천하기 꺼려지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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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개운한 느낌보다는, 뭐랄까 완성에 급급한, 결말까지 도달하는데만 신경 쓴 느낌이랄까?


찬호께이 특유의 홍콩적 캐릭터는 분명 존재하고 악인을 처단하는 나름의 정의감도 해소하고는 있지만, 조금 먼 곳에서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들여다보면, 전반적으로 너무 조심조심 이야기를 꾸렸기 때문에, 과연 그런 방법밖에 없단 말인가? 홍콩의 주택난이 이 정도인가 싶은, 그래서 그 결말의 카타르시스도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


찬호께이의 자유로움이랄까? 이런 부분이 느껴지지 않아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럼에도 사건을 진행함과 동시에, 등장인물의 일기, 그리고 소설 속 소설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가려는 시도들은 형식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앞으로도 동아시아 장르소설계의 거장으로 거듭날 그를 계속 예의주시하며 신간을 기대하긴 하겠지만, 부디 그가 조금은 자유롭게 소재를 선정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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