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 문학적 재미 두 마리를 잡은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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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볼셰비키가 장악한 러시아, 혁명을 완곡하게 비판하는 시를 쓴 귀족 중의 귀족 로스토프 백작은 볼셰비키 재판에서 크렘린 궁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고급 호텔 메트로폴에서 가택 연금형을 판결받아, 자신이 평생 머물던 스위트 룸에서 하인들이나 쓰던 쪽방(거의 옥탑방)으로 좌천당하게 되는데...


<모스크바의 신사>는 유럽 귀족들보다 더 우아하고 교양 있는 세계인 로스토프 백작을 앞세워

20세기 초 모스크바의 메르토폴 호텔에서 일어나는, 그 긴 시간 동안 기거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호텔 내부의 여러 인물들 그리고 그의 오래된 친구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200만 부 이상 판매된 메가 베스트셀러로 <우아한 연인>으로 알려진 작가 에이모 토울스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책이다. (파라마운트 플러스에서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인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진 바 있다)


에이모 토울스는 뭐랄까, 근래 보기 힘든 좋은 이야기와 좋은 캐릭터 세공을 추구하는 교양주의(?) 작가로,

로스토프 백작이라는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작가의 의도나 노력이 곧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훌륭하고 자신만의 룰을 가춘 예의 넘치며 위트 있는 지금은 보기 힘든 세기초 황금기 뉴욕의 정서를 반영하는 그런 모습. 로스토프 백작은 그간 많이 폄훼당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귀족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정립한 그런 캐릭터이다.


한편, 이 소설의 주요한 챕터 구성을 보면 토울스가 이런 전형적이고 고루한 느낌이 나는 캐릭터를 어떤 형식으로 새롭게 보여주려고 했는지, 노력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낯익을 법한 캐릭터가 주는 효과를 조금은 지연시키는 느낌을 받는다. 만약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이 없었다면 토울스의 이 책은 보다 더 큰 히트를 쳤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 책은 교양 소설과 엔터테인먼트 소설 사이에서 약간은 더 교양소설 쪽에 치우쳐있지만 그럼에도 문학적 재미를 포기하지 않은 그런 느낌의 책으로, 대학을 들어간 신입생이나, 책 읽기에 별 관심이 없는 30대에게 권하기 좋은 책이다.


페이지도 꽤 두툼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금방 페이지가 줄어드는 마법을 보여주는, 선물용으로 추천할만한 책이다. 그의 최근에 나온 단편집 <테이블 포 투> 역시 이런 면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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