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댓 맨 이즈>, 데이브드 솔로이, 황유원 옮김, 문학동네
2025년 부커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솔로이라는 영국 작가가 선정되었다. 책 이름은 <Flesh>라고, 나는 작년 2024년 수상자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찾아보니 <궤도>라는 서맨사 하비의 책이었다.) 2023년에 아일랜드 작가 폴 린치가 <예언자의 노래>로 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억난다. (엄청난 흡입력과 긴장감 넘치는 문장들로 굉장한 몰입감을 주는 그런 소설!)
데이비드 솔로이의 국내 출간 책은 그가 2016년 부커상 숏리스트에 올랐던 <올 댓 맨 이즈>가 있다. 2017년에 나왔고 시인 황유원 번역이다.
이 책은 17살 대학생 사이먼에서 시작해, 73세 사이먼의 할아버지까지, 유럽의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뭐랄까 짧은 시리즈물을 엮어놓은 듯한 책이다. 대단히 영화적이며, 북작이게 읽힌다. 단편집이라고 봐도 무방한 그런.
페이지는 600페이지가 넘는데 읽는 시간은 아주 짧고, 문체 자체는 평이하며,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독서경험을 제공한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현재 진행형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각자 사연이 다른 여성들과 얽혀있긴 하지만, 자신이 그 직전에 혹은 더 오래전에 내린 우매한 결정 때문에 나름의 진흙탕에 빠져서 지금 현재의 충실함을 만끽하지는 못한 듯한 느낌이다. 아니 그런 결정이 야기한 우울한 실존의 멜랑콜리에 허덕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남자들의 특별한 유러피안 감성의 블루스에는 관찰하는 재미는 있지만, 동정은 없고, 나름의 연민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몇 개 반짝인다. 그들은 다들 딱히 비윤리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윤리적이라고 할 수도 없는 현시대의 초상화들이랄까, 그래서 애매한 기분을 애매한 상황 속에서 관찰하며, 그 인물형들이 우리의 주변에서도 관찰될 수 있는 그런 보평성과 현대성을 가지고 있단 생각이 든다.
반면, 3부에서인가 등장하는 헝가리 군인 출신의 벌라주는 영화 <아노라>에 등장했던
묘하게 슬픈 러시아 마피아의 눈빛을 연상시켰단 생각이 든다. <아노라>의 감독이 이 소설을 봤더라면 충분히 참조할만한 그런 슬로바키아적인 남성성을 보여준다.
그 외 여러 부분에서 한심하고 때로는 구제불능이며 우울한 남성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뭐랄까,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분 좋은 산책을 하고 있는데 그 산책 도중에 발견한 사실들이 무덥고 쨍한 공기를 뚫고 서늘함을 전해주는 그런 감정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여하튼, 데이비드 솔로이의 4번째 장편 <올 댓 맨 이즈>는 그런 인상들로 남아있는데, 아무래도 부커상을 계기로 국내에 <플레시>를 포함한 최근 장편들이 출간 예정일 텐데, 그때는 황유원이 아닌 다른 영어 번역가의 결과물이었다면 좋겠다. 최근에 황유원 번역을 많이 읽은 듯한데, 이 소설에서는 그 맛이 좀 살아난 것같이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