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언 머피 주연 영화 <스티브>의 원작 소설

<샤이>, 맥스 포터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샤이>는 국내 소개된 맥스 포터 책 중에서 처음으로 완독 한 책이다.


예전에 <래니>와 <슬픔은 날개 달린 것>을 펼쳐보다 기겁해서 던져버린 기억이 있다. 뭐지? 왜 이렇게 쓴 거냐고...


이 작가는 평범하게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타입인 듯하다.

아마 형식적 특성이나 문체,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 전통적인 서사보다는 자신이 볼 때 현대적인 것이고, 그렇다면 이미지와 내면의 목소리의 발화 방식 자체를 특별하게 하는 데 더 주의하면서 글을 쓰는 그런 작가인 것이다.


뭐 그의 소설이 대부분 짧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잠깐 참으면 되니까, 하지만


맥스 포터의 책들을 읽기 힘들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다루는 화자들이 모두 어린아이, 미성년자 들이라는 것에 있다.


서구의 어떤 문화에는 이러한 성년이 아닌 아이들의 눈으로 보이는 책들에 큰 보편적 가치를 부여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징징거리고, 이유 없이 슬퍼하고, 반항하고, 분열증에 사로잡힌, 그 밑바닥에는 가족과 부모와 친족과 사회의 불화와 결락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란 어린아이의 가성이 최상의 '목소리'인 것인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면, 그 파급력이랄까, 공감대를 더 부풀어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것을 맥스 포터는 잘 알고 있다.

마치 달고나를 부풀게 하는 베이킹소다 한 꼬집 같은!


<샤이>는 누가 봐도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극심한 반항과 폭력 성향이 있는 사춘기 소년이 일종의 대안학교인 '라스트찬스'에서 한밤 중에 무거운 돌이 잔뜩 든 가방을 메고 걸어 나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연못에 뛰어들 셈인 것인데, 맥스 포터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뒤죽박죽된 샤이의 머릿속을 풀어서 다양한 크기의 폰트와 레이아웃을 통해 막대한 소음을 둠칫타칫 쏟아 내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맥스 포터의 산문의 리듬감이 뛰어나다는 점,


누구의 목소리인지 분별이 어렵고, 등장인물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럴듯하게 쉽게 읽히면서 샤이의 어머니, 새아버지 이언, 라스트찬스의 선생 스티브, 상담교사 등등의 인물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사라진다. 때문에 다소 파격적인 형식성은 똥멍청이 샤이의 머릿속의 혼란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은 든다.


거기에 유령의 요소가 첨가된다. 그가 머무는 기숙사(?)에 60년대에 살았던 여자 아이를 데려오는데, 이건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샤이는 어느 땐 정상적이고 나름 똑똑한 듯하다가도, 충동적인 성향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이를 단지 주변 양아치 친구들이나 사회의 압박을 상징하는 부모와 새아빠에 대한 반항 같은 것이지만, 한편으론 저항의 의미도 모르겠고, 단순히 역방향으로 치닫는 터라 도무지 공감이 되질 않는다. 때문에 유령 이야기는 헛웃음만 나오고,


연못 한가운데서 발견한 한밤중 죽은 동물의 사체(오소리로 밝혀짐)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지점에서는 기이함과 소름 돋음을 넘어서, 찐 미친놈 같단 생각도 든다.


어쨌든 샤이는 죽음을 비켜가는 선택을 하고 젖은 몸으로 오소리와 유령의 도움으로 현실로 돌아와 학교 유리창을 배낭에 가득 든 돌을 꺼내 던져서 깨트린다. 와장창!


이야기는 끝이 나고, 독자의 머릿속은 맥스 포터가 고안한 폰트들의 실험들 이탤릭-고딕활자들의 웅성거림이 마치 샤이가 반복해서 재생하는 드럼 앤 베이스 레이브음악처럼 웅웅 거림처럼 잔향으로 가득 차 있다.


뭐가 그렇게나 불만스럽고 뭘 그렇게나 유년 시절의 노이즈를 기록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이 90년대 배경의 이야기에는 문화적인 요소 때문에라도 일부 독자들에게 향수를 제공할 여지는 있는 것 같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여전히 '샤이'라는 인물에게 별로 정이 안 가기 때문에,

킬리언 머피가 제작한 영화 <스티브> 같은 콘텐츠로 독서의 연속성이 굳이 이어질 것 같진 않다. 킬리언 머피는 맥스 포터에 대한 과격한(?) 애정을 매번 표현해왔는데, 책을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조용조용해서 사람 좋게 봤는데, 좀 음 씁...... 뭐 취향은 다양한 것이니깐...


별점은 5점 만점에 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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