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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Mar 27. 2024

처음 맡아본, 소설에서 나는 불길한 냄새

마리아나 엔리케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불길하고 징후적인 냄새가 나는 공포 단편집들. 

아르헨티나 작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빼어난 단편들 

왜 이제야 발견했나 싶을 만큼 강력한 작품 

너무 잘 쓰는 거 아닌가? 싶은 이야기들 

편 편의 완성도가 뛰어나며, 각 단편의 화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마냥 잘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할까, 엄청나게 노련하고 거침없다.   

"돌아온 아이들"과 같은 작품은 잘 만든 장편 영화를 보는 것처럼 구성과 캐릭터 그리고 숨 막히는 분위기가 압권이다. 


공포라는 게 단지 기이한 캐릭터나 초자연적인 에피소드들에 국한되지 않고, 그 맥락을 구성해 가는 과정, 그리고 그 사건이 벌어지는 사회를 환기하는 능력들이 압도적이다. 

우리는 짧은 충격이나 반복되는 기시감이 가져다준 소름이 아닌 사회적이고 징후적인, 한 시대 특정 장소에서 가능할 것이란 현실감을 매번 느끼면서 여기 묘사된 감정들을 계속 음미하게 된다. 그렇게 쓰인 책이다. 


한편, 90년대 스페인 문화권에서 나온 강렬한 영상미의 컬트 영화들에서 느꼈던 끈적이고 먼지 그득한 세계의 환멸과 누아르적인 인물들이 비슷하지만 새롭게 각색되어 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들어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 제목을 10분동안 찾았다... ) "우리가 죽으면 아무도 우리에 대해 말하지 않으리" 같은 부류의 컬트 영화들의 분위기가 상상된다. 


무엇보다 영상적인 접근이 가능할 듯한 구성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작업이 더 기대되는 작가이다. 

더 많이 추앙받고,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작가를 발견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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