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 컬러 플러스 200, 2010 유효기간
그날 나는 사진 찍으러 나왔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뭔가 그럴듯한 것을 찍은 것도 아니고,
일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도 못한
어중간한 날이었다는 뜻이다
매번 이동하는 동선에서 벗어나 저 멀리까지 이동했다면
뭔가는 걸렸어야 하는데
그저 평평하고 판판한 사진들만 남아 있다
애석하게도 사진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사진 찍으러,라는 핑계를 가려줄 그럴싸한 이벤트를 생각해야 한다
일부러 그 이벤트 때문에 나가는 것이고
사진은 덤으로, 카메라는 그냥 들고 나간다는,
그래야 보잘것없는 수확이라고 치부해도
사진에 부끄럽지 않은 산책이라 혼자 매듭짓기 때문이다
어쨌건 그날은 봄이 왔던 것,
변함없이 새롭고 생생하며
매일 새 옷을 갈아입는 그런 봄이 찾아왔던 것 같다
매일 보면 이상하지 않지만
하루라도 소홀히 여기면 다음날 예상을 뛰어넘는 초록을 보여주는,
결코 이상할 것 없는데
이 설렘은 4년이나 시간이 지나야 보이는 것일까?
맑고 화창한 봄날
카메라를 들고나가고 싶어 하는 그 설렘
작은 모험에의 충동
하지만 우선
우리의 상상력은 근사한 핑계를 먼저 만들겠지,
새로운 전시나,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유튜브에서 봤다던가,
책을 사러 간다던가, 운동화가 필요해서 근처에 나왔다던가 하는
일상적인 핑곗거리들이 사진을 찍게 만든다
글쎄 그게 봄이었으니 이 모든게 어울리지 않았겠어?
사실 그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