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의 늦여름 2

코닥 골드 100, 2001 유효기간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다시 여름이다

여름은 겨울의 끝에서 점점 간절해지다가 빨라지더니

봄을 건너뛰며 가속도를 높인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다시 간절해지기를 버티는 수밖에


귀 밑에 시원한 바람을 원하는

여름의 산책

눈이 부셔서 바다를 볼 생각도 못하고

몇 년이나 지나 사진으로 바다의 색과 냄새를 가늠해 본다

아련한 풍경이 그리운지도 모르고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한 번호로 걸었을 때

내가 도착한 곳은 약속 장소가 아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약속 장소를 찾아 30분여를 빙빙 돌다

시큼한 나이트클럽 복도 냄새가 나는 생맥주를 몇 잔 먹고 돌아왔다

내가 만났던 얼굴은 조명 때문에 더 거칠어 보였고

피부도 더 안 좋아 보였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겠지


밤이 늦어 다시 바다를 찾았는데

후텁지근한 바닷바람에 잠잠한 조명의 바닷가에선

아직도 낚시꾼들이 모여들었다

윤기 나는 낚싯대와 반짝이는 낚싯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공중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었다


사진첩 안에 묵혀둔 풍경을 보니

불콰한 얼굴에 닿았던 시원한 수돗물의 감촉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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