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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조일남 Mar 06. 2019

기원으로 돌아가 마침내 문을 연 새 시리즈의 서막

<캡틴 마블> 리뷰

 

  <캡틴 마블>은 <어벤저스 4:엔드게임>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열쇠이자 새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작품입니다. 일각에선 기존 마블의 역사를 부정하지 않을지에 관한 우려도 있었지만 전혀요. 오히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마블 유니버스 세계관의 창조자인 스탠리에게 감동적인 헌사를 바치면서 출발합니다.


 서사적인 제약이 굉장히 많은 영화입니다. 주인공 캐럴 댄버스가 얼마나 강한 지부터 시작해 이 인물이 어벤저스 세계관을 구해낼 재목이 되는지를 관객에게 설득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죠.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인 1990년대는 아직 어벤저스가 창설되기 이전이기도 해요. 닉 퓨리가 몸담고 있는 '실드'도 이 당시엔 그다지 규모가 큰 조직이 아닙니다. 때문에 지나치게 강한 악역이 등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요.  


 이 영화는 그런 한계를 나름 영리하게 풀어 나갑니다. 구구절절하게 계보를 따라가거나 설명하는 데 애쓰지 않아요. 선과 악의 대립을 보여주기보다는 캐럴 댄버스 내면의 자아를 찾아 떠나는 일종의 여정을 주안점으로 삼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론 캐럴 댄버스의 기억을 매개로 나타난 여러 특수효과들이 이 영화의 주제를 설득시키고 또한 인물에 깊게 이입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럴 종족을 영화의 빌런으로 삼은 점 또한 향후 어벤저스 세계관에 폭넓게 쓰일 수 있는 여지를 줬습니다. 이들의 능력은 변신입니다. 한 사람의 외형과 말투 최근 기억까지 모조리 복사할 수 있죠. 장르의 폭을 넓게 가져간다면 서스펜스나 공포영화로도 향후에 활용될 수 있는 빌런들이에요. 내 옆의 동료조차 함부로 믿을 수 없기 때문이죠. 다만 이 영화는 꽤나 친절하게 그 지점을 심각하게 파고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시종 진지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마블 식의 말장난과 유머를 계속 활용합니다.


 닉 퓨리 역을 맡은 사무엘 잭슨의 연기 또한 매력적입니다. 중후하고 냉정한 지금과 달리, 젊은 닉 퓨리는 혈기 왕성하고 재기 넘치고 유머러스한 인물이에요. 또 그는 진짜 효자였습니다. 캡틴 마블을 연기한 브리 라슨이 급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면, 반대로 이 영화를 안정적이게 이끌어가는 힘은 사무엘 잭슨의 유머로부터 나옵니다. 영화가 시리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조력자죠. 또한 그의 눈에 관한 비밀도 이 영화로 비로소 드러납니다.


 뿐만 아니라 캐럴 댄버스 본인의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입니다. 다만 다양한 조력자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진행속도 때문인지 이들의 서사가 조금 평면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간의 연대는 빛납니다.  


 가장 중요한 어벤저스와의 연결고리는 마지막에 가서야 등장합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간단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쿠키는 2개인데 첫 번째 쿠키를 주목하시면 됩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고요. 어찌 됐건 <캡틴 마블>은 마블 세계관에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을 알리는 변곡점으로 생각해 볼 영화입니다.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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